북한 어뢰의 수중폭발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결론을 뒷받침했던 결정적 증거인 '천안함 선체와 수거한 어뢰잔해물, 모의폭파실험에서 나온 각각의 흡착물'과 관련해 과학적 논리가 결여된 치명적 오류가 발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합조단은 이미 최근 개최된 국회 천안함침몰사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서 재조사한 결과 첫 번째 실험 때 검출된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왔음을 시인했다. 또한 첫 번째 실험결과를 근거로 제시한 논리도 사실상 스스로 뒤집은 셈이어서 언론현업인 단체의 검증위원회 등에서 강한 비판과 함께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합조단이 재실험까지 하게 이른 결정적인 역할은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이자 도쿄대 초빙교수(고체물리학 분야)의 실험결과였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이 최근 실험한 결과 합조단이 자체 실험을 통해 제시한 북한 어뢰의 수중폭발의 '결정적 증거'는 조작된 데이터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해 미국 코넬대에서 주관하는 과학 논문 교류 사이트(http://arxiv.org/ftp/arxiv/papers/1006/1006.0680.pdf)에 게시했다.

합조단의 흡착물 분석과 설명 무엇이 잘못됐나

합조단이 과학적이고도 결정적인 증거라며 제시한 자체실험결과에 대한 설명이 치명적 결함 또는 조작이라는 핵심적인 근거는 '알루미늄 재질로 된 어뢰가 폭발했을 경우 알루미늄 산화물의 결정질이 반드시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가 최근 알루미늄 고열 실험을 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논문.  
 
합조단은 정반대로 설명했었다. 폭발전후에만 생기는 알루미늄의 용해와 급냉각으로 알루미늄은 산화해버리고,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남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선체와 어뢰잔해물 흡착물질에서도 검출됐고, 실험결과에도 나타났는데 폭발의 결정적 증거라는 것이다.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발견된 것이 어뢰폭발의 결정적 증거라는 얘기다.

합조단의 실험은 에너지분광기 분석과 X선 회절기 분석 두가지로 에너지분광기 분석에서는 선체와 어뢰잔해 흡착물, 모의폭발실험시 생긴 물질이 모두 동일하게 나왔다. 지난 16일 발매된 한겨레21 최근호는 "이 분석(에너지분광기)의 경우 알루미늄을 구성성분으로 하면 알루미늄이든, 알루미늄 산화물(결정질)이든,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든 모두 알루미늄으로 측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X선 회절기 분석에서는 비결정질 산화물은 알루미늄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 분석방법이 훨씬 더 정밀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X선 회절기 분석을 통한 합조단의 결과에선 에너지분광기 분석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천안함선체와 수거한 어뢰잔해에 붙어있던 흡착물질에서 검출된 성분과 달리 모의폭발실험에서는 알루미늄 산화물(결정질)이 검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폭발로 인해 알루미늄 성분은 다 비결정질 알루미늄 성분으로 바뀌기 때문에 당연히 비결정질로 나타나야 한다"면서도 검출된 알루미늄 산화물(결정질)에 대해서는 지난 7일 답변자료를 통해 '실험할 때 소량의 폭약(15g)을 얹은 알루미늄 판재로부터 나온 것이지, 폭약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폭약 폭발하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별도의 실험을 실시해 합조단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 교수는 16일 프레시안의 기고와 한겨레21 인터뷰를 통해 알루미늄이 고열과 급냉각을 거쳤을 때 어떻게 되는지 실험한 결과 어뢰폭발 때 보다 더 높은 고열에서도 알루미늄은 부분적으로만 산화되며 실험 뒤 생긴 알루미늄과 알루미늄 산화물은 '결정질'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 "시험 폭발이건, 어뢰 폭발이건 간에 수중폭발이 있었다면 폭약에 섞여 있는 알루미늄은 결정질 상태로 남아있어야 한다는데 합조단과 우리의 실험은 정확히 일치한다"며 "과학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합조단의 X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나 에너지분광기 데이터 가운데 하나에 조작이나 실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 오류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승헌 교수의 실험결과. 왼쪽 a b c는 일반 알루미늄에 대한 SEM 및 EDS 분석 사진이며, 오른쪽 d e f는 용융 뒤 급랭시킨 알루미늄 사진.  
 
   
  ▲ a는 일반 알루미늄에 대한 X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 b는 용융 뒤 급랭시킨 알루미늄에 대한 X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 b에서는 결정질 알루미늄과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보인다. ⓒ이승헌 교수 논문.  
 
합조단의 X선 회절기 분석에 나타난 알루미늄 산화물이 폭약이 아닌 알루미늄 판재에서 나왔다는 설명과 관련해 이 교수는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X선 회절기 검사를 모르는 누군가가 내놓은 답변"이라며 "X선 회절기에 들어가는 물질은 예외없이 유리 받침 위에 올려지는데 알루미늄 판재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승헌 교수 자체 실험결과 "부분적으로만 산화, 반드시 '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 나와야"

실험방법과 관련, 한겨레21에 따르면 이 교수는 99.99% 순도의 알루미늄 시료를 고열에도 녹지않는 시함관에 담은 뒤 고열을 견디는 철사로 연결해 전기로(Furnace)에 집어넣고, 온도를 알루미늄 녹는점(660도) 보다 높은 1100도까지 올려 40분 가량 유지했다. 그 뒤 철사를 당겨 2초 이내에 상온의 찬물에 집어넣어 급속히 식힌 다음 에너지 분광기와 X선 회절기 분석을 했다.

이 교수는 한겨레21과 인터뷰에서 "합조단의 발표처럼 알루미늄이 100% 산화될 확률은 0%에 가깝고, 그 산화된 알루미늄이 모두 비결정질로 될 확률 또는 0%에 가깝다"며 "(합조단의 회절기 분석결과에 등장하는 비결정질 산화물은) 모래와 소금밖에 없다. 폭발하고는 상관없는 물질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프상 SiO2, Nacl 등의 성분은 모래나 소금에서도 검출되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과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합동조사단은 재조사를 실시해 다른 결과가 나왔음을 시인했다. 재조사 결과 극소량의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발견됐다는 것으로, 자신들이 지난 7일까지만 해도 모의폭발실험(X선 회절기 분석)시 나타났다는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알루미늄 판재'의 성분일 뿐 폭약 성분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주장을 완전히 뒤집고 철회한 것이다.

이기봉 합조단 폭발분과장(준장)은 지난 11일 국회 천안함 특위 3차회의 때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왜 지방선거 직전에 재조사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최초 검사에선 비결정질 산화 알루미늄 검출됐다. 그 때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극소량 검출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던 중 함수 인양, 어뢰에서 흡착물질 발견됨으로써 나중에 '왜 비결정질만 검출되느냐, 결정질도 나와야 하는데'하는 의혹이 나왔다. 그래서 추가 조사한 결과 극소량의 산화알루미늄이 발견된 것"이라고 밝혔다.

합조단 "재조사하니, 알루미늄 산화물 결정질 나왔다" 번복
검증위 "뭐가 과학적인가, 국정조사해야"

이 준장은 "폭약이 폭발해서 폭발재가 형성됐을 땐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동시에 검출된다는 것과 (그 양은) 극히 미량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만일 흡착물질 성분검사 원한다면 얼마든지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천안함 특위 3차회의에서 이기봉 합조단 폭발분과장이 "최초에 발견하지 못했던 알루미늄 산화물을 추가조사를 실시한 결과 함수와 어뢰 흡착물질에서 발견됐다"고 당초 입장을 번복했다. ⓒ국회방송  
 
이는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이 모의폭발실험시 나타난 것 외에 선체와 어뢰잔해에서도 나타났다는 얘기로 그동안 답변자료에서 '알루미늄 판재'의 성분이라는 주장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나온 것이야말로 어뢰 폭발의 증거'라는 주장도 폐기한 중대한 과학적 논리의 번복이다.

노종면 언론3단체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원회'(검증위) 책임검증위원은 "합조단의 선체, 어뢰, 모의폭발실험 흡착물 분석결과는 합조단이 내놓은 조사결과 중 가장 과학적 근거였다고 스스로 주장했었던 것"이라며 "결국 과학적 논리적으로 이게 모두 깨졌다. 도대체 무엇이 과학적이냐"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노 위원은 "조사결과 전반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민간인들로 조사단을 새로 구성해 처음부터 조사를 다시해야 한다"며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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