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최근 파업과 관련해 11일 이근행 노조 위원장을 해고하는 등 21명 징계를 확정했다. 노조위원장이 해고된 것은 14년만이며, 최근 징계까지 포함해 총 41명이 징계를 받은 것은 MBC 창사 이래 처음이다.

MBC 인사위원회는 이날 노조 집행부 18명과 PD 3명의 재심 결과, 1심에서 해고 당한 오행운 PD·정직 1개월을 받은 이채훈 PD를 각각 감봉 1개월 조치하고 나머지는 원심 그대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의 해고가 결정됐다. 김재철 사장은 이날 오후 중으로 인사위 결정 내용을 그대로 확정해 징계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노조 집행부의 경우 △신용우 노조 사무처장·연보흠 홍보국장, 이상엽 업무직지부장 등 3명 정직 3개월 △이세훈 노조 교섭쟁의국장 정직 2개월 △이학준 노조 정책국장, 나준영 보도·신정수 편제·정희찬 기술·이정상 경영·서점용 영미부문 부위원장 등 6명은 정직 1개월로 결정됐다.

또 △양효경 보도민실위 간사, 안준식 편제민실위 간사, 오준혁 대외협력국장 등 3명은 감봉 3개월 △한준호 교육문화국장, 이동희 여성국장, 박용국 복지사업국장, 김범재 업무직지부 사무국장, 김종운 PD 등 5명은 감봉 1개월을 받았다. 

이날 21명의 재심이 결정됨에 따라, 지난 4일 오전 1심에서 징계를 받은 41명의 최종 징계가 확정됐다. 앞서 각 부분별 협회장 및 보직 부장들 20명은 구두 경고를 받았지만 재심은 청구하지 않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지역 19개 MBC의 징계를 포함하면 최종 징계자가 1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이번 징계에 대해 "100명이 넘는 사원을 징계 대상에 올린 폭거는 전 세계 언론사에서도 보기 드문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대학살"이라며 정면으로 반발했다.

   
  ▲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모습. 오른쪽에 김재철 사장과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사진이 보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노조는 성명 '손에 피를 묻히고 임기를 다한 사장은 없다'에서 "이 모든 피바람은 결국 MBC를 권력의 앞잡이로 만들려는 현 정권의 집요한 방송 장악 음모에서 비롯됐다"며 정면으로 반발했다.

노조는 "지방선거가 분명하게 보여줬듯 우리 국민은 언제나 깨어있다"며 "언론 자유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언론인들을 줄줄이 해고시키는 이 더러운 정권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 회의를 통해 노조 집행부는 향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음은 노조 성명 전문이다.

손에 피를 묻히고 임기를 다한 사장은 없다

‘해고는 살인이다’, 그러나 김재철은 끝내 이근행 위원장의 숨통을 끊었다. 더 이상 MBC를 파국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사원들의 마지막 절규에도 불구하고 김재철은 결국 그 더러운 손에 피를 묻혔다. 그 뿐이랴. 이근행 위원장을 해고한 김재철은 서울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러 100여명의 사원들을 무참하게 도륙(屠戮)하고 있다.

방송 독립과 언론 자유를 외치며 싸우던 MBC 언론 노동자의 해고는 14년만의 일이다. 더욱이 100명이 넘는 사원을 징계 대상에 올린 폭거는 전 세계 언론사에서도 보기 드문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대학살이다. 김우룡을 향해서는 그토록 무디기만 했던 칼이 후배들을 향해서는 어떻게 이처럼 시퍼렇게 날이 설 수 있는지, 그 낯 두꺼움이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징계의 시점과 방식조차 야비하기 그지없다. 천안함 아래서 황희만을 부사장에 기용했듯, 김재철은 월드컵이 개막하는 날 해고의 칼을 휘둘렀다. 게다가 1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던 오행운 PD는 감봉 1개월로 감경됐다. 이 얼마나 치졸한 장난이란 말인가. 노동조합 위원장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조합원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저들의 비열한 작태에 다시 한 번 치가 떨린다. 

우리는 이 처참한 학살의 주범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근행 위원장을 해고하고 MBC를 난도질 해 정권의 충견(忠犬)임을 증명한 김재철과 황희만, 전영배... 이들의 거수기에 불과했던 김재형, 차경호, 안광한, 조중현, 이우철... 우리는 이들이 2010년 6월 11일 MBC에서 일으킨 피바람을 가슴에 담아 기억할 것이다. 저들이 후배의 앞길을 짓밟고 언제까지 영달(榮達)을 누릴 것인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이 모든 피바람은 결국 MBC를 권력의 앞잡이로 만들려는 현 정권의 집요한 방송 장악 음모에서 비롯됐다. 이제 이근행 위원장을 해고시켜 터를 다진 정권과 김재철은 MBC를 통째로 집어 삼키기 위해 노골적인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근행 위원장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손가락으로 오행운을 가리켰듯, MBC의 양심을 빼앗기 위해 손가락으로 이근행 위원장을 가리킬 것이다. 분명히 선언한다. 이근행 위원장을 구하기 위해 저들에게 MBC의 양심을 내주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국민의 입과 눈과 귀를 틀어막으려다 지난 선거에서 민심의 호된 심판을 받은 현 정권이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저들은 스멀스멀 다시 일어나 거꾸로 민심을 심판하려 할 것이다. MBC에 몰아친 피바람은 그 신호탄일 뿐이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분명하게 보여줬듯 우리 국민은 언제나 깨어있다. 언론 자유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언론인들을 줄줄이 해고시키는 이 더러운 정권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김재철은 “내가 사장으로 있는 한 해고자에 대한 복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달라도 결과는 그럴 것이다. 창사 이래 MBC에서 방송 독립을 앞장서 외쳤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위원장을 해고하고 제 임기를 다 마친 사장은 없다. 김재철의 손에 묻은 피는 오히려 그의 퇴진을 앞당기는 촉매(觸媒)가 될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며 우리는 오늘을 견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