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호기심에 찬 표정을 보이며 불쑥 영어가 튀어나왔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언론 환경에 대한 물음의 답변이었다. 삼성을 ‘재벌’로 표현하며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를 알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작년 9월부터 10개월간 오마이뉴스의 영문판 인턴 기자로 활약하고 금명간 출국하는 앤드류 그루엔(Andrew Gruen·사진). 신기하고도 변화무쌍한 나라를 관찰해 온 앤드류의 기행기를 지난 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들었다. 

미국인 앤드류가 전세계 중 한국을 선택한 것은 한국의 역동성 때문이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사회학)에 재학 중인 그는 외국의 기업을 택해 수년 간 연수를 보내주는 교내 프로그램에서 오마이뉴스를 택했다.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에서 지난 2000년 시민 저널리즘을 처음으로 시도한 인터넷 신문을 직접 겪어보기 위해서였다.

   
  ▲ 앤드류 그루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기자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은 간단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외국에도 글로벌 포스트라는 곳에서 언론사 유료 회원을 모집하지만 특정 지식인을 대상으로만 한다. 인터넷 신문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런 클럽을 만든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앤드류의 호기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선 아이폰이 널리 쓰이는 데 3년이나 걸렸는데, 한국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 흥미롭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인터넷 속도가 미국보다 10배가 빠르다”며 “한국의 인터넷 네트워크가 매일 매일 더 좋아지고 있다”고 촌평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구글과 한국 포털과의 역학관계에 관심을 보였다. 오히려 그는 취재기자에게 “네이버는 왜 다른 포털이 자신의 콘텐츠를 검색하지 못하게 하나”, “네이버에 대한 규제는 어떤가”, “포털과 콘텐츠 생산자들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나”며 수 차례 질문을 하기도 했다.

앤드류는 “유럽, 미국이라는 지역을 넘어, 각 분야에서 구글은 어디에도 있고 점점 커지고 있는데, 한국에선 네이버와 구글이 싸우고 있다”며 양측의 전망에 대해 흥미진진한 눈빛을 건네기도 했다. 구글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네이버 독점이 독특하지만 한계일 수도 있다”는 의문도 있었다.

그 역시도 ‘10년 전 누구보다도 빨리 시민 저널리즘을 시작했고, 좋은 인터넷 환경과 소프트웨어 모델도 있는데, 왜 한국에서 트위터·구글 같은 것이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명확히 답변을 하지는 못했다. 한국의 ‘불투명한 미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앤드류는 한국의 잘 갖춰진 ‘기본기’를 희망의 단초로 봤다. 그는 “한국은 DMB·3G 와이브로 등의 플랫폼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고, 모든 가정에서 이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며 “기본적인 인프라 구조가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한국 인터넷 환경이 여전히 가능성이 있냐’고 거듭 묻자 앤드류는 “아이디어가 답”이라며 “당신이 많이 생각할수록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신문에 대해서도 “더 유동적이고 변화무쌍해야 한다”며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에게 기회를 줄 수 있고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척간두에 섰지만 위기가 기회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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