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1일 남아프리카와 멕시코 경기를 시작으로 월드컵의 막이 오른다. 한국은 12일 그리스와 16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이와 동시에 월드컵 열기에 뒤지지 않는 미디어 전쟁도 시작될 예정이다. 소리 없는, 또 물밑에서 서서히 진행될 싸움이지만 향후 미디어 판도를 바꿔놓을 중요한 장면이다.

SBS가 월드컵 단독중계에 쏟아 부은 비용은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FIFA 중계권료를 확보하는데 750억 원이 들었고,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 제작비로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광고대행수수료와 방송발전기금, 중계권 협상 지연에 따른 과태료 등을 포함하면 업계에서는 총 비용이 1086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SBS는 월드컵 중계로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을까.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방송광고수익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는 SBS의 TV광고 재원(최대 예상판매액)을 1000~1100억 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 독일월드컵 때보다 30% 정도 늘어난 액수지만 얼마나 팔리는가가 관건이다. 방송3사가 공동중계를 했던 독일월드컵 때에는 80% 가량이 팔렸지만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에는 60% 중반에 그쳤다. 이를 토대로 예상하면 80%의 광고판매가 이뤄진다고 해도 800~900억 원 정도에 그친다는 얘기가 된다. 광고판매 만으로는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SBS는 나머지 부분을 뉴미디어 플랫폼에 중계권을 판매해 얻는다는 전략을 선택했다. SBS는 지난 밴쿠버동계올림픽에 이어 IPTV 업계에 월드컵 중계 재송신에 별도의 대가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가 지난달 31일 SBS와 중계권 협상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계올림픽 때 지불했던 5억 원보다 2~3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 월드컵 선수단 사진으로 치장한 SBS 1층 로비 전면 유리벽. SBS는 월드컵 단독중계 성공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이치열 기자.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도 일찌감치 SBS와 월드컵 중계권 협상을 완료했다. 스카이라이프는 FIFA가 3D로 제공하는 25개 전 경기를 생방송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위성DMB 업체인 TU미디어도 7일 스포츠채널을 통해 월드컵 전 경기를 생중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SBS는 포털과도 계약을 추진해 15억 원에 네이버와 다음이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합의했고, SK텔레콤도 모바일 중계권을 SBS로부터 구매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BS가 뉴미디어 플랫폼에 판매한 중계권료만 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가 없다면 SBS는 광고와 중계권 판매수익 등을 합쳐 약 100~200억 원의 흑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시사점은 뉴미디어 플랫폼에 유료로 방송콘텐츠를 판매한 SBS의 이 같은 전략이 향후 방송시장을 뒤흔드는 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상파방송의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시장에 강했다. 그래서 케이블TV 업계가 별다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해도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지상파 콘텐츠를 돈을 받고 팔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이미 케이블 업계를 상대로 무단으로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SBS가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해 뉴미디어 플랫폼에 판매하는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면서 방송콘텐츠 유통구조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IPTV, DMB, 모바일, 인터넷 포털, 웹TV 등 방송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이끄는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영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지상파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뉴미디어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2차 시장의 부가수익이 커지는 등 방송시장 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는 이러한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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