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결론에 대해 박선원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전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이 세가지의 결정적인 문제점 때문에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도 강력한 대북메시지를 담기 힘들 것이라는 미국 중간관리자의 전망을 전해 주목된다.

박선원 연구원은 7일 아침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천안함 문제를 유엔안보리에서 다뤄줄 것을 요청하는 우리 정부의 서한과 관련해 "한국 정부 입장에서 막막하고 암담할 것"이라며 4가지 가정 가운데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 연구원은 △강력한 제재를 적시하고 회원국들에게 의무 이행하라는 강제적 조치의 경우 이에 대해 우리정부는 엄두도 못내고 있고 △회원국이 가급적이면 제재에 동참해달라는 권고적 결의안을 내는 경우 역시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며 △의장 성명 채택의 경우도 북한을 겨냥한 경고형 의장성명과 △남북 모두 자제하고 협력하라는 중재형 의장성명이 있다고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이 북한만 겨냥한 어떠한 문서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여서 유일하게 가능한 것은 남북 도발행위 자제하라는 중재형 의장 성명만 가능하다"며 "이는 남북 모두 책임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으로, 천안함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연루돼있다고 적시하고 책임을 묻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절대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당혹스럽고 괴로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합조단의 천안함 사건 진상조사결과로 유엔 설득이 어려울지 여부에 대해 박 연구원은 "그런 것 같다"며 "조사단의 발표문이 민군합동조사단 명의로 돼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다국적 조사결과는 아니며, 국제 전문가들은 기술적 자문만 한 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한국의 독자적 조사결과로 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판단과 관련해 박 연구원은 "합조단 발표 전날인 지난달 19일 미국 중간 고위급 관리가 한 얘기"라며 "그는 전체적으로 국제조사요원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와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한국 호주 스웨덴 인도네시아 미국 전문가들이 한국의 합조단에 기술조사만 한 것이지, 5개국 공동조사는 아니며, 조사의 책임과 조사과정의 진행은 한국 민군조사단이 했기 때문에 책임과 입증의 부담 역시 한국이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특히 조사결과 가운데 3가지 결정적 문제가 될 가능성을 들었다. 우선 지난 3월26일 9시22분에 폭발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KNTDS 자료에는 22분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25분까지 배가 움직였으며 사라진 지점도 폭발 원점에서 600m 북서지점으로, 시간과 장소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어뢰추진체 발견장소도 의구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흡착제가 폭약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재미한국인 물리학자 버지니아대 이승헌 교수의 문제제기와 추가 공개된 TOD 영상에서 폭발 이후 38초와 46초 사이에 천안함이 두동강 나지 않은 상태라는 게 드러났다는 점이라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이 세가지 부분은 합조단 내용과 불일치된 것"이라며 "이래 가지고 유엔을 설득할 수 없다. 국제법, 국제규범, 누가봐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설득력 이 세가지가 없으면 집단적인 제재에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박영선 국회 천안함특위 위원(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특위 첫 회의에서 공개한 천안함 사고좌표와 실제 KNTDS상 좌표의 차이점. ⓒ박영선 의원 홈페이지  
 
   
  ▲ 천안함 연돌(왼쪽)과 프로펠러(가운데)에 묻은 흡착물질과, 일반 어선에 묻은 흡착 물질 비교. 모양이나 성분 상 큰 상이점이 별로 없다는 평가다. ⓒ천안함 조사 언론3단체 검증위원회  
 
한편, 박 연구원은 미국이 오키나와 기지의 유지를 위해 한국정부 발표를 지지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서재정 교수의 분석에 대해 "결과적으로 그런 연계관계가 있지 않느냐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미국이 일본 후텐마 기지의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 한국을 지지했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동맹국인 한국이 중대한 손실을 입었으니 진상규명 과정에서 미국이 지원해줄 수 있는 물적 지원을 최대한 하겠다, 다만 책임은 한국이 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대북 안보리 제재가 회의적이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박 연구원은 "여기서 키워드는 (유엔 안보리에 올려도) 효과가 없다는 것과 한국이 주도하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국제적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 중국이 반드시 동의하지 않으면 의장성명도 채택이 불가능한데, 미국이 유엔에서 독자적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의 조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괜히 한국과 공동으로 제재를 추진하다가 실패하면 상당히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정치적 측면에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 미국이 이명박 정부만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게 얼마나 미국에 실질적 이득으로 돌아올 수 있겠느냐는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이를테면) △아프간에 추가로 전투병 파병 요청한다해도 이명박 정부가 소화해내기 어렵고 △한미FTA 조기인준 위해 자동차 부분 일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거리를 둔채 원칙적으로 협조해야지 무조건적 정치협력은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선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 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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