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그동안 보도한 선거 여론조사 결과와 최종 선거 결과와의 격차가 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다양한 원인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언론이 민심을 왜곡한 것에 대한 반성은 없는 상황이다.

경향신문은 3일자 17면 기사<'출구조사와 큰 차' 여론조사 무용론 다시 불거질 듯>에서 "불과 1주일도 안된 시차를 두고 선거기간 중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가 20%포인트 가까이 차이를 보인 셈"이라며 "선거기간 중 유권자들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방송사의 틀에 박힌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무용론이 다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선거 승패 결과, 각 후보별 격차 등 그동안의 여론조사는 최종 결과와 상당히 어긋났다.

"선거기간 표심 제대로 반영 못하는 여론조사 무용론 대두"

   
  ▲ 6월3일자 경향신문 17면.  
 

이에 대해 각 언론에선 △여론조사 방식·문항의 문제 △유권자들의 낮은 응답률과 거짓 답변 △선거 전 1주일동안 부동층의 표심 변화 △여권 지지층의 방심과 함께 야권 동정 여론의 언더독(약자동정) 효과 등을 배경으로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3면 기사<못 믿을 여론조사>에서 "(김형준 교수는)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은폐형 부동층의 조사 한계'와 'ARS 조사 방식의 문제'를 꼽았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또 "여론조사 문항이 거대 담론에 대한 질문과 어우러져 실시되는 점도 지방선거 여론조사가 빗나가는 원인"이며 "1인 8표제로 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가 치러지면서 막판까지 부동층이 많았고, 이들을 자극할 막판 변수가 살아 있었다는 점도 여론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의 차이를 벌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5면 기사<"응답률 10% 안팎 불과 본심과 다른 답변 많아>에서 "무엇보다도 10% 안팎에 불과한 낮은 응답률"이라며 "응답 거부자가 적지 않고 응답자 중에도 일부가 거짓 응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론조사 방식 문제·유권자 거짓 응답…조선 "야권이 유권자 불안 심리 자극"

   
  ▲ 6월3일자 서울신문 3면.  
 

조선일보는 10면 기사 <1주 전 여론조사와 딴판 '대접전' 왜? 부동층, 막판 '견제론'족으로 쏠린 듯>에서 "야권 주요 후보들과 지도부가 선거 막판에 약속한 듯 일제히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으로 돌아온다'는 논리로 공세를 펼친 것도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표심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10면 기사<'무응답' 속에 숨은 야권표 있었다>에서 "여론조사에서 앞선 결과를 보고 한나라당 지지층이 안심하고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며 "승자에 편승하는 '밴드왜건 효과 대신 언더독 효과(약자동정)가 나타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3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에서 그동안 언론이 선거를 앞두고 수차례 벌인 여론조사가 얼마나 민심을 왜곡했는지,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했는지를 지적한 보도는 찾기 힘들었다. 상당수 언론은 사설, 칼럼에서 민심을 읽지 못한 정치권에 대해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숨은표? 이명박 정부가 민심 표출 폐쇄한 것"…'언론장악' 현실이 문제?

   
  ▲ 6월3일자 한겨레 만평.  
 

주목할 점은 언론이 여론조사의 오류를 조사방식의 기술적인 면과 유권자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현 정권 하에서의 언론 현실의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2일 저녁 SBS에 출연해 "언론에서 '숨어있는 표'라고 했지만 자유로운 의사 표시가 보장돼 있었다면 이미 드러났을 것"이라며 "지난 2년 동안 이명박 정부에서 민심이 표출되는 것이 축소·폐쇄됐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은 매서웠다>에서 "청와대는 안보 이슈를 선거에 활용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천안함 침몰 사건을 중심으로 치밀한 여론몰이를 해왔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홍보지상주의적 국정운영 행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명백한 거부의 몸짓"이라고 논평했다. 그동안 언론이 부각시킨 여론 결과가 여론조사 방식의 문제보다는 사회적 여론·언론 환경의 문제라는 지적인 것이다.

문제는 향후에도 현재의 오류가 재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정확한 여론동향 파악을 위해 휴대전화 조사 등이 필요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 저촉 문제 등이 있다. 또 여론조사 기관이 많은 인력과 시간을 동원해 응답률을 높일수록 정확도가 높이지겠지만 언론사가 비용 부담을 더 안고 조사를 할지도 의문이다.(서울·세계일보 보도 참조)

"여론조사 무분별하게 보도한 언론, 공정성 해쳤다"

   
  ▲ 동아일보 5월28일자 1면.  
 

이에 따라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사가 여론조사 보도의 기준과 원칙,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언론 현실을 전면적으로 고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선거결과 수십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정치여론조사가 전부 그 신빙성과 정확성이 현저히 의심되는 수준"이라며 "이를 무분별하게 보도한 언론도 선거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논평했다. 우 대변인은 "향후 정치여론조사 보도의 기준과 원칙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할 때가 되었다는 점을 거듭 정치여론조사기관과 그것을 보도했던 언론사 여러분께 엄중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도 3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서 여론조사 오류와 관련해 "공정한 선거를 저해하고 또 정치적으로 한나라당이 상당히 언론을 장악해 이용하지 않았는가"라며 "일종의 '신 관건 선거'의 의미를 띠고 있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앞으로 이 점을 문제 삼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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