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상황은 피를 말리는 대 접전이었다. 많은 사람을 잠 못 이루게 한 긴 밤이 지났다. 6.2 지방 선거결과는 절묘하다. 그것은 유권자의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자후다. 그것은 수구독재를 날려 버린 거대한 태풍이다. 민주주의의 향기를 몰고 온 태풍은 특히 전쟁 불사론까지 앞세운 북풍을 한 숨에 날려버렸다.

6.2 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결과를 전 세계에 제시하면서. 그것은 선거 혁명에 다름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악취 풍기는 후진적 정치 행태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유권자가 표심으로 알린 교훈은 준엄하다. 유권자는 깨어있다는 것을 알렸다. 동시에 한국 민주주의는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시켰다.

유권자가 이명작 정권에 준 경고는 준엄하다.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후진적 통치 방식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 무능을 준엄하게 심판했다. 유권자는 이 대통령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독재적 통치방식을 전면 거부하는 의사표시를 했다. 유권자는 또한 남북관계를 6.15공동선언 이전으로 되돌리면서 한반도의 전쟁 위기적 상황까지 정략적으로 악용하는데 대해 심판했다. 유권자는 이명박 정권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북풍을 침몰시켜 버린 것이다.

유권자는 이 대통령이 앞장선 세종시, 언론악법 강행과 같은 민주주의에 역주행하는 통치에 불벼락을 내렸다. 현 정권은 집권 기간 동안은 ‘내 맘대로’라는 식의 후진적 발상으로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정치를 하다가 급제동이 걸렸다. 현 정권은 선진적 민주주의의 기본인 협치를 외면한 대가가 무엇인지를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비극을 6.2 선거의 북풍 불쏘시개로 이용하면서 스스로 화를 불렀다. 이 대통령은 사고 원인에 대한 어설픈 결과 발표가 수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키는데도 북한에 대해 일방적인 제재조치를 강행하면서 남 북 간 무력 충돌 일보직전까지 정국을 악화시켰다.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평화를 유지해야 할 책무를 스스로 짓밟았다. 이를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 심판 한 것이다. 평화통일을 위한 평화적인 노력과 추진이 민족적 지상과제임을 현 정권은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유권자는 야당에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집권당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강했고 야당은 반사이익을 얻은데 불과하다. 야당은 선거 기간 내내 시종 무기력과 무능력을 탈피지 못했다. 야권은 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란 패배주의에 쌓여있었지만 유권자는 침묵 속에 독자적으로 선거혁명을 이룩했다.

선거를 통해 확인된 교훈이 더 있다. 수구언론 등이 앞장선 권언유착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은 낙하산 사장이 투입된 방송사, 언론악법에 의해 방송 소유를 갈망하는 수구언론을 총 동원해 북풍을 통한 공작정치, 여론조작 등을 장기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무용지물이었다. 이는 유권자들의 수준 높은 민주주의의 눈높이를 외면한 헛수고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런 교훈을 직시해서 방송 장악, 재벌과 수구언론에 방송 퍼주기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다음은 선거 여론조사다. 국내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 기법은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고안된 방법론이다. 정치적 자유, 표현의 자유, 인권 존중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론의 조사 방법이다. 이번에 선거 전에 실시된 수많은 여론조사가 선거 결과와 판이하게 다르게 나온 것은 이 나라에 정치 및 표현의 자유, 인권 존중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부 정치권 등이 여론조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것은 이 나라 민주주의가 심각한 상태이며 그것을 시급히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확인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의 실세 일부가 정치적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독자적으로 추진한 정당의 간판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야권이 거대 집권당에 대항하기 위해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유권자의 분명한 의사표시다.

유권자가 이뤄낸 수도권 선거 결과는 절묘한 측면이 있다. 서울시와 경기지사를 집권 여당 몫으로 남겨놓아 이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이 가능토록 했다. 유권자는 투표로 뽑힌 이명박 대통령이 환골탈태할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공간은 내준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유권자의 그런 심오한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종전과 같이 불통과 폭력적 강행 정치를 지속한다면 그 이후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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