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끝이 났다. 이제 투표와 개표만 남았다. 국민의 관심은 역시 선거 판세이다. 일주일 전 언론이 공개한 여론조사가 얼마나 바닥민심을 반영하고 있을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선거보다 바닥민심과 여론조사 결과가 달랐다는 지적이 나왔던 선거라는 점에서 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선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이 보는 지방선거 판세를 가를 핵심 변수는 세대별 투표율 격차이다. 50대와 60대 이상은 높은 투표율 덕분에 유권자 수에 비해 선거 영향력이 높은 편이다. 반면 30대와 20대는 낮은 투표율 때문에 유권자 수에 걸맞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체 투표율이 55%가 넘으면 야권이 유리하고 50% 안팎이면 한나라당이 유리하다는 선거전망도 나왔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세대별 투표율, 특히 20대 투표율이다. 20대 세대별 투표율에 따라 지방선거는 밋밋한 선거가 될 수도 있고, 대이변을 몰고 올 선거가 될 수도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20대 투표율 50% 기준선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2002년 대선 당시 20대 투표율이 50%가 안 됐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2007년 대선 당시 20대 투표율이 50%를 넘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압승을 거두지 못했을 수도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20대 투표율은 20대 전반 57.9%, 20대 후반 55.2% 등으로 조사됐다. 단순 합산해 평균을 내면 56.6%로 조사됐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치지만 20대 투표율이 56.6%라는 것은 대단히 높은 수치이다. 특히 투표율이 낮은 20대 후반 연령대는 2002년과 2006년 지방선거 두 배 수준으로 투표율을 높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30대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당시 20대 투표율은 20대 전반 51.1%, 20대 후반 42.9%로 단순 합산해 평균을 내면 47% 수준이었다. 50%에 못 미치는 투표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50대와 60대의 76%대 투표율 덕분에 안정적인 1위를 차지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해 5월, 광장은 그를 추모하는 촛불로 가득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20대 투표율이 관심 대상이다. 지방선거는 전체 투표율이 50% 안팎일 정도로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다. 만약 20대가 전체 평균에 해당하는 50% 수준으로 투표율을 끌어올린다면,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그 열기가 투표장에 향한다면, 각종 언론이 발표했던 여론조사는 줄줄이 오보사태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이번 지방선거의 세대별 성향이 2002년 대선과 흡사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20~30대는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에 비판적인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50대와 60대 이상은 여권 지지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

각종 언론이 발표하는 여론조사는 20대 투표율이 예년 수준에 머물 경우 예상치이다. 만약 20대 투표율이 예상외로 높아진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20대 투표율 50%는 어떤 수준일까. 사실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50%에 이른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해 5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대한문 앞 추모공간으로 걸어가는 시민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2002년 지방선거 때는 20대 전반 36.3%, 20대 후반 27.0% 등으로 단순 합산해 나누면 투표율은 31.8% 수준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는 20대 전반 38.3%, 20대 후반 29.6% 등으로 단순 합산해 나누면 34.0% 수준으로 조사됐다.

30%대 초반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20대가 50% 수준의 투표율을 보인다면 박빙 지역 대부분의 판세를 결정짓는 것은 물론, 특정 정당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던 지역 역시 박빙 또는 역전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20대 입장에서는 두 명 중 한 명만 투표장에 나서도 기적 같은 선거결과를 만들어낼 힘이 있다. 20대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의미는 50대 이상과의 세대별 투표율 격차가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이는 한나라당 강세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올해 20대 투표율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될까. 지난 2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5월 정기 여론조사를 통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대와 30대 투표율은 평소보다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대 적극투표층 비율은 4월 조사 때 25.4%에서 42.4%로 17% 포인트 급등했다. 30대도 36.3%에서 56.2%로 19.9% 급등했다. 20대 적극투표층 비율은 50%에는 못 미치지만 선거를 앞두고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어떤 투표율이 나올지 주목된다.

   
  ▲ 지난달 23일 오후 7시께 노무현 대통령 서거1주기 시민 추모모임 주최로 서울 시청 광장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시민추모 문화제'(Power to the people)가 열렸다. 한 시민이 시청광장에서 시민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팻말을 선보이고 있다. 최훈길 기자 chamnamu@  
 
20대 투표율이 40%만 넘어서도 선거 판세는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내용은 어느 정치세력의 지지층이 더 많이 투표장에 나서느냐에 따라 선거결과는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런 것만 놓고 볼 때는 범야권은 20대 투표율을 최소 40%, 최대 50%대로 올려놓으면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20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이끌어냈던 것처럼 50% 투표율을 기록할까, 아니면 평소처럼 30%대 안팎의 낮은 투표율을 보여줄까. 수많은 정책과 공약과 인물의 자질보다 더 중요한 선거변수는 20대 투표율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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