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북한 어뢰의 공격으로 침몰됐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최종 결론에 대해 대학 교수가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 주목된다. 천안함이 내부든 외부든 폭발의 흔적이 전혀 없으며, 어뢰폭발일 경우 충격파는 있을 수 있어도 합조단 주장처럼 버블효과로 두동강났다는 것은 일종의 미신이라고 반박했다. 대학교수가 직접 문제제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28일 아침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합조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중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학에서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받은 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정치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서 교수는 지난 20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프레시안에 천안함 조사 발표의 문제점에 대해 기고를 한 바 있다.

서 교수는 "어뢰 폭발시 파편이 생기고, 충격파와 버블효과가 생기는데 합조단에서는 파편 부분은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이것은 아주 중대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합조단 발표대로 200kg이 넘는 어마어마한 폭탄(어뢰)이 폭발을 했다면 파편이 천안함의 도처에 박혀서 그 흔적들이 발견돼야 하나 이런 것들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폭발이 있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수중 폭발에서도 선체에 다 박히는지에 대해 서 교수는 "물 속에서 폭발한다고 해서 파편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파편들이 물에 녹거나 물고기들이 먹는 것도 아니고, 물에 저항이 있지만 250kg 정도 되는 어뢰가 폭발을 한다면, 그런 충격파라는 게 어마어마하다, 적어도 5000PSI 정도가 되는데, 그러한 압력에 의해서 파편들이 사방으로 튕겨나가기 때문에 당연히 천안함 곳곳에 이 파편들이 박혀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어뢰 잔해물.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서 교수는 또한 파편 뿐 아니라 파편들에 의한 파공, 구멍들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어뢰라는 것은 목표하는 함정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 가능성이 사실 낮기 때문에 함정의 인근에서 폭파되더라도 함정에 어떤 피해를 주도록 끔 디자인이 돼있는데 정작 함정의 선체에는 구멍이 없고 파편이 없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충격파도 천안함 침몰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합조단의 주장에 대해 서 교수는 "어뢰 폭발로 함정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것은 충격파로, 합조단 발표처럼 250kg의 어뢰가 폭발했다면 그 충격파는 5000PSI 정도가 될텐데, 예를 들어 일반 가옥의 경우 5PSI만 받아도 그냥 무너져 내리게 된다"며 그것의 1000배이기 때문에 이런 어뢰가 6m 정도 거리에서 폭발했다면, 천안함은 거의 뭉그러지거나, 산산조각나고 갈갈이 찢겨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절단만 된 천안함의 상태에 대해 서 교수는 "합조단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천안함이 그냥 절단됐고, 절단면들이 너무너무 깨끗하다"며 "이런 충격파로 생길 수 있는 그런 절단면하고는 너무 거리가 먼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블효과가 침몰의 원인이었다는 합조단 주장에 대해 서 교수는 "버블효과에 대해서는 일종의 미신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며 "언론이나 인터넷 같은 데서 호주와 미군이 실험했다는 버블제트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는데, 천안함은 버블효과에 의해 반파된 게 아니라, 90%는 충격파에 의한 것이며, 버블효과는 10% 정도"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버블효과에 대해 어뢰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뜨거운 가스가 팽창하면서 물 속에 일종의 풍선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런 풍선이 갑작스럽게 팽창하면서 함정을 치게 되면 약간의 충격이 가해진다고 설명하면서 "계산을 해본 결과 250kg의 폭약이 한 6∼9m에서 폭발하면 버블효과는 30bar 정도로, 집에서 쓰는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견뎌내는 15bar의 2배 또는 많이 잡아도 4∼5배 수준인데, 이런 압력으로 천안함이 두 동강 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어뢰 잔해에 대해 서 교수는 "어뢰는 어마어마한 쇳덩어리고, 그 안에 수많은 금속 부품들이 들어있는데 이렇게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될 정도였다면 그 주위에 있었던 쇳조각과 파편 수천 수만점이 발견되는 게 정상"이라며 "그런데 어떻게 커다란 쇳덩어리 추진체는 달랑 발견이 되고, 그 주위에서 금속 조각, 파편들은 나오지 않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어 차 사고가 나더라도 외부 충돌에 의한 것이냐, 내부 폭발에 의한 것이냐 먼저 확인하고, 충돌에 의해서 사고가 난 것이면 왜 무엇이 충돌을 일으켰느냐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천안함의 경우 폭발의 흔적이 없는데 폭발체가 발견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50일 만에 이렇게 부식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며, △250kg이라는 폭약의 폭발했을 경우 발생되는 열과 압력, 충격파에 따라 추진체라고 하더라도 찌그러지고 부러지는 상당한 distortion(손상) 현상이 나타나야 함에도 언론에 나온 사진으로 봐서는 굉장히 깨끗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천안함의 모습에 대해서도 서 교수는 "합조단의 발표대로라면 천안함이 갈기갈기 찢어졌어야 하고, 그 내부에 있는 기기들도 그 충격파에 의해서 많이 상처를 입었어야 한다"며 "조사단에서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디젤 기관실 같은 경우는 내부 상태가 깨끗하고 이음매 같은 것들도 전혀 떨어진 것이 없고 붙어있는 기기들도 흔들림의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으며 심지어 스피커도 붙어있는 게 있었다"고 지적했다. 40mm 탄약고 사진도 가지런히 정돈된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서 교수는 이렇게 폭발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렇다면 남는 원인은 좌초와 충돌이 될텐데 이를 확인하려면 천안함의 항적과 위치만 확인해주면 된다"며 "그 부분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현재 운항중인 군함이면 군사기밀이겠지만 이미 사고가 났고 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만큼 공개하는 게 당연하며, 그래야 의문에 대해 깨끗이 답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 조사결과 및 대응조치에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서 교수는 △동맹을 중시하고, 법과 국제 규범을 중시하는 오바마 정부의 성향이 그렇고 △그래서 우선적으로 동맹국의 발표를 신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 교수는 미국에서 단정적으로 '북한이 했다'고 하기 보다 '북한이 했다고 한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를 신뢰한다'는 간접화법을 쓰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며 또한 "미국이 한국 정부를 지지하면서도 자국에 실익을 챙기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의 미국 기지 이전을 두고, 하토야마 정부와 오랫동안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으나 이번에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해서 일본 정부가 굴복을 한 것이 그 사례라는 것이다.

정정합니다. 서재정 교수는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석사와 박사과정에서 정치학을 전공해서 정치학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본문 내용을 바로잡습니다.  (오후 4시6분)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