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물고기 돌아왔다"더니 인공 방류 발각
"청계천에 물고기 돌아왔다"더니 인공 방류 발각
환경운동연합 “감사원 감사 청구할 것”…서울시 “인위적 방사 없었다”

서울시가 청계천을 복원한 뒤 생태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물고기를 사다가 푼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청계천 복원으로 생태계가 살아나 물고기가 스스로 돌아왔다는 서울시의 홍보가 사실과 다름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국내 민물고기 연구 권위자인 김익수 전북대 명예교수는 지난 17일 청계천 상류인 광교 인근 지역에서 현장조사를 벌인 뒤 “섬진강계열의 갈겨니가 (청계천에) 자연스럽게 서식할 방법은 없다”며 “인위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청계천 어류 방류를 처음 문제제기 한 최병성 목사는 “(청계천에 물고기를 사다 방류하는 것은) 민물고기와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시민만 모르고 있었다”며 “청계천이 살아났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23일 청계천에서 살 수 없는 어종이 청계천에 살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어류 방류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 청계천에서 살고 있는 참갈겨니. 최병성 목사 제공.  
 
섬진강 사는 갈겨니가 어떻게 청계천으로?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7일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청계천 상류인 광교 인근 지역에서 갈겨니와 참갈겨니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목사는 “갈겨니는 섬진강계 갈겨니와 한강계 참갈겨니가 있는데 섬진강에 사는 갈겨니가 어떻게 청계천에 등장한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청계천에서는 지난해 줄납자루와 가시납지리도 처음 발견됐다. 이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줄납자루와 가시납지리는 산란할 때 조개가 있어야 하는데 청계천은 조개가 살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물고기를 인위적으로 방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날 현장조사에 참석했던 서울시 청계천 관리본부 관계자는 “인위적인 방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당자의 해명과 달리 서울시가 직접 갈겨니 등을 사들여 청계천에 방류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충남지역 민물고기 민간채집연구가 조아무개씨는 “청계천 관리센터에서 갈겨니를 가져갔는데, 당시에 갈겨니와 참갈겨니가 섞여 있었다. 2006년 4월 갈겨니 50마리를 방류했다. 그때 피라미 100마리도 있었다”고 말해 서울시가 어류를 방류했다는 사실에 힘을 실었다.

서울시 "우리나라 고유종이 처음 발견됐다" 홍보

그럼에도 서울시는 “청계천의 동·식물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고유종인 참갈겨니, 참종개, 얼룩동사리 등이 처음으로 발견됐다”(서울시 2009년 2월23일 보도자료 ‘청계천 동식물, 복원 전보다 6.4배 늘었다’), “각시붕어, 줄납자루, 가시납지리 몰개 같은 고유 어종이 새로 발견됐다”(서울시 2010년 4월4일 보도자료 ‘청계천 동식물 복원 전보다 8배 늘었다’)며 보도자료를 통해 청계천 생태환경 변화로 어류가 돌아온 것처럼 홍보해 왔다.

청계천 물고기 몸에 상처 난 이유

전문가들은 청계천은 어류가 살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담수어류가 살기에는 청계천 상류는 수심이나 주위 수변에 변화가 없고 유속이 너무 빠르며 하류는 상류에서 흘러드는 유기물들의 침전물로 서식처가 매몰됐다는 설명이다.

현장 취재결과 청계천에서 채집한 버들치, 돌고기 등은 산란철임에도 정소(수컷)나 알(암컷)이 나오지 않았다. 몸이 마른 물고기가 많았고 상처가 있는 물고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물고기는 조류나 수서곤충을 먹는데 청계천은 수서곤충이 살 수 있는 장소가 못된다”며 “먹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물고기 영양 상태가 빈약해 물고기가 지속적으로 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청계천에 사는 물고기 몸에서는 어렵지 않게 상처를 발견할 수 있다. 최병성 목사 제공  
 
청계천 물고기의 등과 꼬리에 상처를 입은 물고기들이 많이 발견되는 것과 관련해 김 교수는 “마찬가지로 영양상태가 안 좋아 면역력이 떨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청계천에 수서곤충이 없는 이유는 △바닥에 자갈이나 돌이 없고 △유속이 너무 빠르며 △서식지가 단순하고 △수서곤충이 좋아하는 주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물고기가 먹을 게 없어 마르고 죽고 하는데, 그러면 또 물고기를 사다 놓은 것”이라며 “청계천은 시한부 물고기 사형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수계가 다른 종은 오래종…인위적 변화 혼란 야기

환경단체연합은 “수계가 다른 종을 방류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섬진강 수계인 갈겨니를 청계천에 방류하면 생태환경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생물지리학적으로 인위적 변화는 나중에 큰 혼란을 불러온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서울시설공단이 지난 2007년 낸 ‘청계천 생태계 모니터링 학술연구’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는 “특히 갈겨니는 청계천에 적응한다 해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고 돼 있다.

환경운동연합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시장 사과해야”

환경운동연합은 이에 대해 “청계천 사업은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당한 방법을 이용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시민의 예산을 낭비한 사례이므로 치적 홍보에 가려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서울시가 민물고기 민간채집연구가 조아무개씨로부터 갈겨니 등을 구입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중이던 시절이고, 오세훈 시장의 활동 역시 국민을 속이는 정책을 계속해 왔으므로 이들의 사과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계천의 생태성 회복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잘못된 청계천 성공 신화를 비판하는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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