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북한 연어급 잠수정에 탑재한 어뢰의 수중 폭발에 의해 침몰됐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와 관련해 어뢰추진체 등 제시된 증거물의 상태를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은 20일 합조단의 발표이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TNT 250kg급의 중어뢰가 폭발했는데 정작 그 어뢰 추진체(와 후부, 스크루) 등이 어떻게 그렇게 말짱할 수 있느냐"며 "그 어뢰 수거물은 250kg 폭발력을 가진 어뢰 본체에 붙어있는 장치인데 과연 이렇게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런 합조단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와 같은 어뢰를 공군 직도 사격장에서 한 번 실험해서 정말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면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소음과 관련해 "250kg급의 중어뢰가 폭발해 물기둥이 100m나 치솟으면 소음이 없을 수가 없다"며 "바닷물 속이라도 큰 소음이 없었다는 건 인정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 천안함의 민군합동조사단의 윤종성 중장이 북한어뢰의 설계도면과 지난 15일 인양했다는 증거물을 비교시연하고 있다. 인터넷공동취재단.  
 
김 소장은 또 폭발력이 작용한 선체의 모습에 대해 "공개된 사진을 유심히 보면 찌그러진 형태가 보이지만 이것은 버블제트에 의해 순간적으로 찌그러진 상태가 아니다"라며 "폭탄(의 폭발)에 의해 망가진 게 아니다. 적어도 현장에서 실물을 봤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선체와 어뢰 수거물의 부식정도가 일치했다는 발표에 대해 김 소장은 "폭발 뒤 염분에 의해 부식된다는 얘긴데 이는 수사기관에 의뢰해보면 금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잠수정과 모선의 침투 복귀 경로에 대해 김 소장은 "잠수함이나 잠수정이라는 것은 부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연료소모가 커 (기동이) 제한적인데 만 닷새동안 기동해서 공격에 들어오고 도망가고 할 정도의 연료 자체가 되질 않는다는 점에서 의문이 많이 간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어 "합조단 말대로라면 해군이 작전실패를 한 것 내지는 NLL에 대한 방어를 전혀 못했다는 것으로, 책임소재가 해군 뿐 아니라 해경까지 확대된다"며 "잠수함을 포함해 모선까지도 추적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얘기다. 이런 해군은 문 닫아야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  
 
김 소장은 1981년 공군사관학교 29기로 공군소위 임관하여 공군중령으로 1996년 예편하기까지 전투조종사를 해온 전형적인 공군이다. 그럼에도 어뢰 등 해군과 관련된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 김 소장은 "모든 어뢰 운용들이 배나 잠수함을 타는 사람이 다루고 이들이 발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2차대전 이후 비행기 조종사가 어뢰를 직접 쏜 경우가 많고, 사관학교 때부터 해전이 어떤지 다루도록 돼있다. 그래서 어뢰에 대한 연구를 많이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과 20일 저녁 나눈 일문일답 요지이다.

-오늘 합조단의 조사결과는 어떻게 보는가.
"발표한 내용에 너무나도 이해가 안되는 곳이 많다. 수거한 증거물로 제시된 어뢰 추진체를 봤을 때 정말 인양해서 건진 것인지 의문이다. 건져낸 것이라면 발표한 내용에 앞뒤가 안맞는 게 있다. 합조단은 잠수함정이 이를 지원하는 모선에서 떨어져나와 어뢰를 발사했다는 것이다. 연어급 잠수정 내부에 폭탄을 싣는 것은 불가능하다. 잠수함이나 잠수정이라는 것은 연료소모가 엄청나게 많다. 잠수함은 부력을 받기 때문에 연료의 제한을 받는데 만 닷새동안 기동해서 공격에 들어오고 도망가고 할 정도의 연료 자체가 되질 않는다는 점에서 의문이 많이 간다."

-합조단은 그렇게 추정했는데.
"이번의 경우 모선으로 (어뢰를 잠수정에) 옮겨다 주고 다시 분리해서 발사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해군이 작전실패를 한 것 내지는 NLL에 대한 방어를 전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선이나 어선을 위장해서 와야 하는데, 해군 뿐 아니라 해경에서도 대비하게 돼있다는 점에서 책임소재가 해경까지도 확대된다."

-북한의 침투 도발 경로가 식별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는데.
"북한 잠수정이 침투해 어뢰를 발사한 뒤 도망가는 것조차 못잡고, 잠수정 뿐 아니라 지원하는 모선까지 다 놓쳤다는 것이다. 이는 말이 안된다. 앞뒤가 너무 안맞는다. 이들 말대로 이뤄졌다면 사실상 이런 해군은 문 닫아야 한다. 특히 모선조차 추적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특수부대를 시켜서 시뮬레이션 해보면 무리한 주장이라는 게 드러날 것이다."

-물기둥이 100m나 솟았다 하고, 어뢰 추진체 등 수거물을 직접 제시하지 않았나.
"250kg급의 중어뢰가 폭발해 물기둥이 100m나 치솟으면 소음이 없을 수가 없다. 바닷물 속이라 소리 안난다는 것도 인정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1.8km 거리에 있는 백령도 주변에서 소음이 크게 들리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어뢰 수거물의 증거를 직접 보여준 것은 어떻게 보나.
"TNT 250kg급의 중어뢰가 폭발했는데 정작 그 어뢰 추진체(와 후부, 스크루) 등이 어떻게 그렇게 말짱할 수 있느냐. 그 어뢰 수거물은 250kg 폭발력을 가진 어뢰 본체에 붙어있는 장치인데 과연 이렇게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합조단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어뢰를 공군 직도 사격장에서 한 번 실험해봤으면 한다. 다시 (조사)작업을 해서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체 좌현 아래쪽에 수중 폭발력으로 찌그러진 모습도 공개됐는데.
"공개된 사진을 유심히 보면 찌그러진 형태가 보이지만 이것은 버블제트에 의해 순간적으로 찌그러진 상태가 아니다. 폭탄(의 폭발)에 의해 망가진 게 아니다. 적어도 현장에서 실물을 내눈으로 보면 밝혀낼 것도 같다."

-1번이라고 쓰인 어뢰 수거물 등 새로운 증거와 증언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건가.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니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날 발표 자체에 대한 재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상황에 여러 근거들을 통해) 들어맞게 하려 노력했지만 앞뒤가 안맞는 게 너무 많다."

-그 정도 폭발력이면 생존자나 희생자의 상태도 온전할 수 없는 것인가.
"이 부분은 그동안 의문스럽다는 지적을 수차례 한 바 있다. 과학적으로 의문이다. 유사한 시뮬레이션을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그 때도 온전하게 유지된다면 인정하겠다."

-선체와 어뢰 수거물의 부식정도도 일치했다고 한다.
"부식정도도 터지고 나서부터 염분에 의해 부식된다는 얘긴데 이는 수사기관에 의뢰해보면 알 수 있다."

-공군조종사 출신인 것 같은데 잠수함이나 어뢰에 관심이 많은 건가.
"모든 어뢰 운용들 자체가 배나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것이 아니다. 2차대전 이후 비행기 조종사가 어뢰를 직접 쏜 경우가 많고, 사관학교 때부터 해전이 어떤지 다루도록 돼있다. 그래서 어뢰에 대한 연구를 많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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