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 민군합동조사단 민간 조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천안함 바닥의 긁힌 자국이 모두 사라졌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국방부가 증거를 조작 또는 인멸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신 대표는 "지난달 30일 평택 해군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 함체와 절단면 등을 조사했는데 좌초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스크래치가 사라져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국방부가 증거를 조작했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천안함이 인양될 때 선명했던 좌초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법원에 증거보전 가처분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변호사가 나는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서 자격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차라리 국방부가 나를 고소해줬으면 좋겠다, 법원으로 가져가서 진실을 밝히자"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내일 국방부가 절단면 등을 공개한다고 하는데 기자들은 절단면만 찍지 말고 옆을 찍어 달라"면서 "천안함이 인양될 때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보라"고 당부했다. 신 대표는 "인양 이후에 천안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청소를 했는지 박피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처음 인양될 때와는 너무 다르다는 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함체 전체를 공개해서 포토 테스트를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그동안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천안함이 좌초 후 충돌했다고 주장해 왔다. 신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절단면에서는 폭발의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면서 "천안함 침몰 원인이 어뢰 공격이라고 발표한다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 대표는 "군은 바닥이 깨끗하고 소나돔이 온전하다는 이유로 좌초가 아니라고 하는데 인양됐을 때만 해도 바닥이 깨끗하지 않았고 소나돔은 좌초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 20일만에 인양된 천안함의 함미(윗쪽)와 53일만에 인양된 참수리호(아랫쪽).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의 긁힌 자국이 조류에 쓸린 흔적이라고 밝혔지만 참수리호는 더 오래 바다속에 있었는데도 이런 흔적이 없다. 신상철 조사위원이 공개한 자료.
 
 
신 대표는 이날 지난 2002년 연평해전 때 침몰한 참수리호와 천안함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국방부는 천안함 밑바닥의 긁힌 자국이 조류에 쓸린 흔적이라고 했지만 참수리호의 밑바닥은 보시다시피 깨끗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53일 만에 인양한 참수리호는 깨끗한데 왜 20일 만에 인양한 천안함에서만 조류에 쓸린 자국이 발견되느냐"면서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천안함이 모래바닥에 긁혔다는 사실이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또 오그라든 스크류 역시 강력한 좌초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스크류의 프로펠러 5개가 모두 앞쪽으로 오그라들었다는 건 배가 좌초한 상태에서 후진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엔진이 정지된 상태라면 스크류가 이렇게 오그라들 수는 없다는 게 신 대표의 주장이다. 신 대표는 "이런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좌초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배 모는 사람들은 다 웃는다"면서 "국제적 망신을 어떻게 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신 대표는 "군은 좌초라는 말만 나와도 말을 가로막았고 심지어 다른 조사위원들이 다 받는 브리핑 자료조차도 나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항해사 출신인 신 대표는 "배를 타본 사람들은 항적자료만 봐도 사고 전후 천안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면서 "이런 기초적인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는데 어떻게 진상조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대표는 "군은 심지어 합동조사단의 조사위원 명단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수의 해외 전문가들이 들어와 있지만 대부분 폭발 전문가들로 9시22분 이후의 상황만 조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버블제트든 뭐든 배 밑 3m에서 엄청난 폭발이 있었는데 어떻게 시신이 상처 하나 없고 전선가닥이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예 질문할 기회조차 주지 않더라" 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만약 천안함이 적의 공격으로 침몰했다면 함장과 전 대장, 합참정보본부, 2함대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 등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이는 최고 사형에 이를 수도 있는 엄청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그러나 좌초 등 단순 과실이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끝날 수도 있다"면서 "군이 왜 스스로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폭발이 아니라는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조사단이 이야기하는 게 모두 폭발이 아니라는 근거"라고 답변했다. 이 대표는 "만약 어뢰 공격이었다면 절단면에서 발견된 시신은 목이 날아간다거나 처참한 모습이 돼 있을 것"이라면서 "절단면의 상태나 여러 정황을 볼 때 절대 폭발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규모가 크든 작든 배는 물이 들어차면 젓가락처럼 순식간에 부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알고 지내는 한 인양업체가 터빈 엔진을 인양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양에는 1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터보 엔진을 건져 보면 (좌초로) 찌그러진 부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바다는 넓긴 하지만 찾으려고 하면 뭐든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심청이 신발도 찾을 수 있다"면서 "어뢰 공격이라면 뭐든 확실한 단서가 발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천안함의 항적자료와 침몰 전후 교신기록, 그리고 열상감지장치(TOD) 영상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청맥 최강욱 변호사는 "군사기밀도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고 공개하지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 엄격한 절차와 요건을 갖춰야 한다"면서 "군도 국민의 비판과 감시권 밖의 성역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군사에 관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일정 범위 내의 것은 국민들에게 공개해서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국가의 실질적인 안전보장에 필요하고도 유익하다"면서 "필요이상의 비밀을 양산하는 것은 국민의 정당한 비판과 감독의 여지를 말살해 주무기관의 자의와 전횡의 우려는 물론 국민의 불신과 비협조, 유언비어의 난무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또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련된 사항이 아니고 단순히 정부의 정치적 이익 또는 행정편의에 관련된 사항일 때는 군사기밀보호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연평해전이나 대청해전 때 군이 신속하게 교신기록 등을 공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사고에서 군이 교신기록 조차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항적자료 정도는 군사기밀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책임 당사자들이 조사주체로 참여하고 있으면서 기초적인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진상조사 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최 의원은 "정치적 공정성이 상실된 이번 조사 결과를 받아들 일 수 없다"면서 "20일 발표 이전에 특위의 검증을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 외교, 국방 등 모든 후속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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