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20분 기사 수정]

천안함 사고 다음날 해군이 실종자 가족과 '좌초'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던 동영상이 발견돼 "해군이 최초 좌초에 대해 설명했다"는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동영상은 KBS가 당시 뉴스특보에서 내보냈던 것으로 유가족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좌초지점은…수심이"라고 말하는 육성이 현장음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KBS가 천안함 사고 직후인 지난 3월27일 저녁 6시50분부터 방송한 <뉴스특보> 첫뉴스 '중상자 국군수도병원서 치료중'(http://news.kbs.co.kr/all/2010/03/27/2070683.html)이라는 리포트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기자가 "정하사와 신하사의 가족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멘트하고 있는 사이에 희미한 현장음이 들린다. 유가족으로 보이는 검은 점퍼 차림의 한 남자가 해도를 들고 사고상황을 설명하면서 "좌초지점은…수심이"라고 말하는 목소리다.

   
  ▲ 지난 3월27일 저녁 방송된 KBS <뉴스특보> 첫 리포트.  
 

이 남자는 해도를 들고 직접 좌표를 그려가며 좌초 지점에 대해 해군 관계자와 공방을 벌였다. 그는 해군으로부터 미리 설명을 들었으며, 당시 해군의 설명이 미진하자 이를 집중 추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남자 뿐 아니라 복수의 유가족들도 해군으로부터 사전에 '좌초'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증언하고 있는 점. 박형준 천안함 유가족 대표는 KBS <추적60분>과의 인터뷰에서 최초 좌초에 대해 해군으로부터 들은 바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추적60분> 제작진도 "해군은 '좌초'에 대해 직접 설명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복수의 유가족들은 분명히 비공개 석상에서 설명을 들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에 KBS 동영상이 발견됨으로써 일부 유가족들의 증언이 과연 사실인지 여부가 천안함 사고원인 결론 발표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식 브리핑이 있기전 해군이 어떤 형태로든 '좌초'에 대해 단초를 제공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사그라 들지 않고 있는 점도 그같은 의혹을 부채질 하고 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도 지난 13일 자신의 블로그 '문순C네'(http://blog.daum.net/moonsoonc)에 올린 글을 통해 동영상을 처음 공개하면서 이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최초 좌초'를 해군이 설명했다는 사실을 반박했다. 그는 유가족이 "해군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며 해도를 들고 좌초지점에 대해 따진 것에 대해 "그런 말을 했다는 사람도 발언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도 지난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미 (그 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며 "이미 다 정리된 것을 왜 자꾸 다시 끄집어내는지 모르겠다"고 부인한 바 있다.

박형준 유가족 대표도 17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통화에서 "<추적60분>에 방영된 내용중에는 오해를 살만한 부분이 있다"며 한발 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 지난 3월27일 저녁 방송된 KBS <뉴스특보> 첫 리포트. 실종자가족으로 보이는 남자가 해도를 들고 설명하는 모습.  
 
   
  ▲ 지난 3월27일 저녁 방송된 KBS <뉴스특보> 첫 리포트. 실종자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해도상에 손가락을 대며 상황 설명을 하는 모습.  
 

그러나 이번 동영상 발견으로 제기된 '좌초' 문제는 합동조사단이 20일 최종 결과 발표에 앞서 확실하게 규명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만에 하나 해군이 유가족에게 '좌초'에 대해 설명한 것이 사실이라면 천안함 조사는 처음부터 다시 검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 지난 3월27일 저녁 방송된 KBS <뉴스특보> 첫 리포트. 해군 대령이 실종자 가족에게 상황 설명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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