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했다는 기사가 삭제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의 전자제품 전문 블로그 기즈모도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로그'를 쓰던 한 소비자가 승용차 운전석 아래에 떨어진 휴대폰을 줍기 위해 좌석을 앞으로 당긴 뒤 몸을 구부리는 순간 눈 앞에서 배터리가 폭발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제품 결함이냐 소비자 과실이냐를 두고 논란이 제기됐지만 독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기사인 건 분명했다.

기즈모도에 따르면 이 피해자는 사고 직후 체육관으로 뛰어가 눈에 들어간 파편을 씻어냈으며 병원에서 상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피해자는 폭발 직전에 '끼릭'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기즈모도는 "삼성이 휴대폰을 수거해 간 뒤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기즈모도를 인용해서 파이낸셜뉴스과 YTN 등에 관련 기사가 실렸는데 현재는 대부분 삭제되고 없거나 다른 기사로 대체돼 있는 상태다. 그런데 코나타라는 한 블로거가 관련 기사 링크를 하나하나 확인한 뒤 "삼성전자 휴대폰이 폭발했다는 기사가 언론사와 포털에서 삭제되고 있다"는 포스트를 남겨 다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제목과 기사가 따로 달린 경우도 있고 기사만 대체된 뒤 사진은 남아있는 페이지가 캡춰되기도 했다.

   
  ▲ 기즈모도에 오른 삼성전자 휴대폰 폭발 기사.  
 
삼성전자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원인은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전동 시트레일에 끼어서 찢어진 것일 뿐 폭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언론사에 압력을 넣거나 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기사를 썼다가 삭제한 파이낸셜뉴스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전화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외신에 실린 한 소비자의 주장일 뿐 사실 확인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삭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휴대폰이 지금까지 폭발한 적이 없고 삼성전자 관계자 설명으로도 외부 충격이 없으면 그렇게 찢길 수가 없다고 해서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확인 취재라도 하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기사를 그냥 내보내기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 포털 사이트에서 삭제된 파이낸셜뉴스(위) 기사와 YTN(아래) 기사.  
 

처음 문제제기를 한 블로거 코나타는 "검색어 순위에 '삼성 휴대폰 폭발'이라는 단어가 떠 있어서 클릭을 몇번 하고 나니 기사가 사라졌다"면서 "문제는 배터리의 품질이나 폭발이 아니라 기업의 사후 처리 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블로거는 "내용이 틀렸거나 사고원인이 사용자 과실이라고 해도 원본 기사는 남겨두고 정정기사를 내는 것이 정상이고 상식"이라면서 "경위가 어떻든 이런 식으로 자사에 불리하다고 포털에서 내려버리고 숨기고 삭제하는 것은 분명 잘못 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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