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한겨레가 현대백화점을 비난하는 의견광고 게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의견광고 문안이 유출돼 현대백화점 쪽에서 해명자료를 만들어 신문사 쪽에 브리핑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원대학교 박인목 전 이사장 쪽의 '서원대학교 안정을 바라는 교수모임'은 지난달 말 조선일보 쪽에 학교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 현대백화점 임원의 의혹을 제기하는 광고 게재를 의뢰했다.

교수모임 쪽은 조선일보 쪽이 광고문안을 보기 전에는 긍정적으로 의견이 오갔으나, 이후 현대백화점 모 임원의 의혹을 묻는 광고문안을 보고 나서는 입장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모임의 한 교수는 10일 "처음엔 금액 흥정까지 잘 됐는데 이후 광고문안을 보고나서는 문구를 바꿔달라는 요청이 와서 더 접촉하지 않았다"며 "이후 한겨레에 찾아갔는데 그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시간을 좀 달라고 해 기다렸는데 별다른 제안이 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광고문안에 있는 아홉가지 질의 내용이 유출돼 현대백화점 쪽에서 이를 해명하는 문건을 한겨레 신문사에서 봤다"고 했다. 그는 "조선일보 쪽에 광고문안을 보낸 것 외에는 다른 데 보여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현대백화점 쪽에서 그 문건을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광고담당 고위간부는 11일 "우리가 현대백화점 쪽에 그 문안을 보여준 적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다만 우리 실무진이 추후 그런 광고가 들어왔다고 구두로 얘기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그 광고는 고문변호사 자문을 받아보니 공인이 아닌 개인을 비방하는 내용이 있다고 해 문구 수정을 역 제안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광고주를 의식했거나 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광고담당 간부는 "지역 여론, 현대백화점 브리핑, 다음 달 예정된 전 이사장 공판 등을 고려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게재를 보류했던 것"이라며 "이후 한 무료신문에 그 광고가 게재돼 더 이상의 비즈니스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광고를 의뢰한 한 교수가 '한겨레 신문사에서 현대백화점 쪽의 해명 문건을 봤다'는 데 대해 이 간부는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하는 윤리규정에 따라 현대백화점 쪽에 문의를 했더니 해명자료를 갖고 브리핑을 하러 왔다"고 했다. 현대백화점 쪽은 "그 교수모임에서 여러 매체를 찾아간 것으로 알고 있고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아닌 한 매체에서 광고내용을 구두로 확인해줬다"며 "어느 매체인지 밝힐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서원대는 박 전 이사장이 2003년 부채 해결을 약속하며 인수한 이후 2008년 총학생회, 교수회,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약속 이행을 촉구해 내홍이 커졌다. 그 해 7월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원학원 인수 추진을 발표하자 박 전 이사장 쪽은 이에 반발해왔다.

지난해 8월 청주지법은 업무방해로 박 전 이사장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교육과학기술부는 9월 서원학원 임원 전원의 승인을 취소했다. 박 전 이사장이 임명한 김정기 총장은 1년 가까이 학내 반대에 막혀 정상적으로 출근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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