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서 사회 전반에 도덕적 해이가 퍼져 있다면서 국민 도덕성 재무장을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 2주년과 관련한 조선일보 기획기사를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 한 일간지가 2주년을 맞아 집중 기획 형식으로 이를 재평가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최근 조선일보는 촛불 2주년 관련 기획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촛불에 참여했던 이들의 '반성'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그들이 전체 촛불참가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이들인지, 특정 개인의 주장을 언론이 확대재생산하는 것인지 따져볼 대목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조선일보에 손을 들어줬다. 촛불시위를 발생시킨 원인이었던 이명박 정부의 '검역주권' 포기에 대한 정부 반성보다는 당시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이들을 향해 '반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2008년 6월19일 이명박 대통령 특별 기자회견에서 '반성'을 언급한 것과 배치되는 행동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지난 6월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 말했다.

   
  ▲ 2008년 5월17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 ⓒ이치열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6월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고 밝혔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국민 반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같이 큰 파동은 우리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는 점에서 총리실과 농수산식품부 그리고 외교부와 지식경제부 등 관련부처가 (공식) 보고서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적 변환기에 정부가 무심코 넘기기보다 지난 1,2년을 돌아보고 우리사회 발전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촛불시위는 법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의 문제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만들도록 애써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요즘 사회 전반의 부정비리를 보면 총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도덕적 해이가 퍼져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부정한 방법도 용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우리 사회의 병적인 병폐이다. '도덕 재무장'의 관점에서 국민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관 주도보다 시민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우리 국민 모두의 도덕적 무장이 다시 이뤄져야 하지 않나 한다. 그래야 선진일류국가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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