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 살아계신 아버님께 따뜻한 밥 한 그릇 지어올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 “내 나이 이제 여든이 넘었지만 동생 세환이가 돌아올 때까지는 어떻게든지 죽지 않으려고 합니다.”

비전향 장기수 김인서씨(70)의 딸과 함세환씨(64)의 누이가 각각 북에서 보낸 서신의 일부다.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포로로 잡혀 30여년간 옥고를 치르고 석방돼 현재 광주에 살면서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북에 있는 그리운 딸과 누이를 만날 가능성은 올해도 보이지 않는다. 불교인권위(공동대표 진관·한상범)가 지난 23일 김·함씨와 또다른 장기수 김영태씨(64)의 북송문제를 북의 조선불교도연맹과 논의하기 위해 통일원에 제출한 북한주민접촉신청이 한번의 협의도 없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불교인권위는 지난해 1월17일 처음 이들에 대한 북송 서명운동을 전개해 왔다. 이틀 후인 19일 조선불교도연맹은 이 서명운동에 응답, 북송을 위한 회의를 갖자고 제안했다.

불교인권위는 그후 지난해 9월26일, 10월27일, 11월14일, 12월12일 모두 4차례의 접촉신청을 했지만 통일원의 대답은 한결같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지난 93년3월 인도적 차원에서 이인모 노인의 방북을 허용했으나 북측이 피납된 남한인사들에 대한 상응조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통일원측의 거부이유였다.

북송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진관스님은 “정부가 생명존중이라는 대승적 견지에서 이들의 북송을 허용하길 바란다”며 “이들의 북송이 날로 냉각돼가는 남북 문제를 푸는 데도 좋은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정부의 발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