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대장의 14번째 히말라야 고봉 안나푸르나 등반 과정을 생중계 및 취재보도한 KBS에 현대기아자동차와 LG텔레콤 블랙야크 등으로부터 10억 여 원에 이르는 제작협찬금이 지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KBS는 뉴스에 등장한 오 대장의 복장에 협찬 기업들의 로고를 그대로 노출시킨 것으로도 드러나기도 했다.

3일 KBS에 따르면 모두 23명으로 구성된 KBS 안나푸르나 방송단이 지난 3월19일 발대식에 이어 26일 네팔 카트만두로 향한 뒤 지난 27일 완등 생방송을 하는 과정에 들어간 제작비 일체는 대기업(재벌)과 산악업체가 전액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찬금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6억3000만 원, LG텔레콤이 3억 원, 블랙야크가 장비 현물출자, 대한항공이 왕복 항공료 등을 부담해 KBS는 모두 1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히말라야 원정대가 지난달 29일(한국시각) 하산한 뒤 이날 밤 KBS <뉴스라인>과 생방송 현지인터뷰를 했던 오은선 대장의 등산복 가슴 부위에는 '현대자동차그룹' '블랙야크' 'KBS' 로고가 분명하게 붙어있었고 이 모습이 그대로 방송됐다.

   
  ▲ 지난달 29일 방송된 KBS <뉴스라인>에서 위성대담을 나눴던 오은선 대장. 오 대장 복장의 전면에 '현대자동차그룹' 'LG텔레콤' '블랙야크' 등의 로고가 보인다.  
 
이강주 KBS 기획제작국 CP는 3일 "모두 협찬사가 제작지원을 했으며 KBS가 경비를 부담하지는 않았다"며 "(10억 원 가량은) 이번에 등반했던 제작에만 지원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산악계에서는 공영방송이 여성 세계최초 고봉 14좌를 치밀하게 검증하지도 않은채 당사자·스폰서와 함께 이벤트에 동원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산등반동호회 회원인 산악인 박한구(40대 초반?개인사업)씨는 "세계최초라는 임의적인 가치에 대해 공영방송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생중계한 것은 전파낭비"라며 "더구나 공익적이라 보기도 힘든 특정인의 등반과정을 대기업과 당사자의 협찬을 받아 상업적으로 동원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씨는 "특히 자막으로 협찬주를 공개했을 뿐 아니라 가슴에 붙인 로고도 뉴스 등에서 노출한 것이 적절한 태도인지 의문"이라며 "도대체 KBS는 협찬에 대한 심의를 뭘했느냐"고 지적했다.

최성원 KBS 노동조합 공정방송실장은 "협찬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꼭 협찬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공영방송의 공적 자산인 프로그램 제작에 일반 기업체에 손을 벌리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되짚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강주 KBS CP는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 산악계에서 나온 말을 반영한 것"이라며 "KBS 입장에서는 등반 보다 세계 최초 HD 방송이라는 방송기술사적인 것이 더욱 의미가 있었지 특정인 영웅 만들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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