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올드미디어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한화증권은 3일 보고서에서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가 출판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다솔 연구원은 "단말기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반면 콘텐츠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단말기 보다는 콘텐츠가 답"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우선 출판인쇄산업의 규모에 주목한다. 세계적으로 출판인쇄산업은 지난해 기준 4천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신문시장이 45%, 도서시장이 33%, 잡지시장이 22% 수준이다. 권역별로는 유럽이 1709억달러로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성장률은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연구원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으로 2008년 이후 정체 상태였지만 2011년 이후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문시장의 매출액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역시 광고매출이 58%로 가장 높다. 구독료가 39%, 온라인이 3%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자료를 인용해 광고 매출이 2009~2014년에 연 평균 0.1%씩 줄어드는 반면 온라인 매출은 9.7%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전자책 시장은 이 기간 동안 연 평균 27.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패러다임 시프트가 시작된 셈이다.

   
  ▲ 아이패드에서 본 미디어오늘 웹 사이트. ⓒ이정환.  
 
변화는 여러 방면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 아마존은 전자책을 광고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특허를 제출했고 스크립드(Scribd)는 전자책의 특정 페이지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문형 출판(Print on demand)도 뜨는 시장이다. 300페이지의 책을 단 몇 분만에 인쇄하는 '에스프레소 북 머신'도 등장했다. 코스스마트는 미국 온라인 교과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할 계획이다.

신문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즈,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 중국의 런민르바오 등이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쿼드란트원(QuadrantONE)은 미국 250개 신문사들의 온라인 광고 지면을 공유하고 있다. 미디어그룹 타임워너는 엔터테인먼트위클리에 동영상 광고(Video in Print)를 게재하고 있다. 잡지 페이지 사이에 2.25인치 LCD 필름을 집어넣어 40분량 분량의 광고를 상영하는 방식이다.

증강현실도 광고시장의 화두다. 남성 월간지 에스콰이어는 지난해 12월호 표지에 증강현실 광고를 내보냈다. 핸드폰 카메라로 이 스티커를 찍으면 광고가 떠오른다. 보통 종이광고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지만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일본에서는 모바일 잡지도 인기다. 마가스토어(MAGASTORE)는 아이폰 전용 유료 잡지를 배포하고 있는데 가격은 115~700엔 수준이다. 다양한 단말기를 지원하면서도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 글로벌 신문시장 성장률 추이. ⓒ한화증권.  
 
   
  ▲ 글로벌 전자책 시장 성장률 추이. ⓒ한화증권.  
 
국내에서도 전자출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전자출판 시장이 지난해 기준으로 5786억원, 2014년까지 연 평균 성장률이 21.4%에 이를 것으로 추정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 출판사들은 수익감소 등을 이유로 전자출판 참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출판사들이 연합조직을 구성하여 전자출판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한국 출판컨텐츠와 한국이퍼브는 그 좋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여성 월간지 엘르가 웹 버전에 이어 모바일 버전으로 잡지를 출간하고 있다. 교육용 어플리케이션 시장도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이 연구원은 "동물과 곤충 등을 보여주면서 한글을 익히는 아이폰 앱을 애플 앱스토어에서 2.99달러에 구매할 수 있는데 오프라인 그림카드 등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면서도 반영구적인 장점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이패드를 교육용으로 주문하는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단말기보다는 콘텐츠에 주목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첫째, 단말기 가격이 하락되고 있고 둘째, 국내 단말기 업체들의 경쟁력이 크지 않은데다 셋째, 콘텐츠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 킨들은 2009년 출시 당시는 359달러였으나 259달러까지 하락했다. 반면 아마존은 전자책 콘텐츠 가격을 9.99달러에서 14.99달러 올려달라는 한 출판사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 연구원은 "신규 단말 벤더들의 저가형 단말기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개별 단말기 업체들의 수익성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아이패드나 킨들과 비교할 때 국내 중소형 업체들의 단말기는 비교우위 요인이 없는데다 삼성전자와 HP 등 글로벌 업체들이 태블릿 PC를 출시하게 되면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디바이스가 늘어날수록 콘텐츠 업체들의 협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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