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북한 연루설에 급제동을 걸었다. 제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은 29일(현지 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 사고 원인과 관련해 “성급히 이를 하는 것(판단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프 모렐 대변인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어떤 최종적인 결론에도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는 언급을 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렐 대변인은 북한 개입설과 관련해 “이번 조사가 사실에 기반해 감정에 도달하도록 둘 것”이라며 “일단 그것이 이뤄지면 우리는 무엇이 일어나고 무엇이 일어나지 않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침몰한 천안함 함수인양을 위한 함체 바로세우기 작업이 완료된 4월23일 백령도 인양작업 해역에서 천안함의 함수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의 이러한 언급은 한국 정부 당국이 북한 쪽 어뢰에 의한 버블제트 폭발로 사고 원인을 몰아가고 있는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천안함 희생장병 영결식 추도사에서 “국민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들이 그 누구든지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찾아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언론은 해군참모총장 발언을 북한에 대한 보복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개입했다는 것을 증명할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관합동조사단이 무게를 싣고 있는 비접촉 수중폭발(버블제트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기둥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 근본적인 의문이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와 일부 언론은 사실상 북한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미국 국방부는 성급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선을 긋고 있는 셈이다. 미국 국방부는 한국 국방부가 지닌 주요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인 박선원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확실한 것은 한국 정부가 갖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미국이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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