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이 단식에 돌입한지 4일째 되는 29일, 노조원들도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동조 단식에 돌입했다. 반면, 김재철 사장은 지역 MBC 노조에 대한 고소도 검토하는 등 연일 강경한 입장을 보여 노사 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90년대 입사한 노조원 23명(보도·편집제작·기술·경영부문)은 이날 밝힌 '언론인은 못 돼도 추한 선배는 되지 말아야 합니다' 라는 성명에서 "후배들의 머리 속에서 김재철은 이미 사장이 아니다"라며 "MBC 역사 속에서 김재철은 단지 한 줄, 두 달 사장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동조 단식에 돌입했다. 무기한 단식은 아니지만, 현재 MBC 내부에선 이들을 시작으로 매일 순차적인 동조 단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원들은 성명에서 김 사장에게 "하루라도 빨리 그렇게 오매불망 잊지 못하고 사랑하는 고향 사천에 가서 정치하시길 바란다"며 "비겁하게 총선까지 비어있는 기간 동안 MBC 사장하면서 경력도 쌓고, MBC를 지렛대 삼아 당신의 피의 순수성을 보여주는,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길 생각은 말라"고 경고했다.

   
  ▲ 서울 여의도 본사 1층 '민주의 터'에서 단식에 돌입한 조합원들. 이날 단식엔 성장경(보도부분 95사번), 임영서(보도부문 95), 이성주(보도부문 95), 이동애(보도부문 95), 이태원(보도부문 95), 최장원(보도부문 95), 강지웅(편제부문 93), 이영백(편제부문 93), 최원석(편제부문 93), 김정규(편제부문 95), 조준묵(편제부문 95), 김새별(편제부문 95), 박건식(편제부문 95), 박상환(편제부문 95), 유 현(편제부문 95), 윤석호(편제부문 97), 윤화중(경영부문 91) 고정주(경영부문 93), 안종남(영미부문 91), 정영하(기술부문 93), 최응식(기술부문 93), 이희석(기술부문 95), 문신성(기술부문 95) 등 23명이 참여했다. 최훈길 기자 chamnamu@  
 

이들은 낙하산 논란이 있는 황희만 부사장 임명·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고소 지연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들은 "김우룡 이사장 시절에 등장해 결국 전임 사장을 내쫓는 구실이 된 인물 황희만을 '꼭' 이 사람을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입니까"라며 "그렇게 MBC 사장의 인사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김우룡의 인사권 침해에 대해서는 무엇을 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외에도 비노조원도 포함된 MBC 기자회가 이날 오전 긴급 기자총회를 열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어, 사원들의 릴레이 성명·단체행동도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지난 27일 지역 MBC에 보낸 지침에서 "파업 주도자에 대해 이번 주 중으로 형사 고소와 손배소를 제기하라"고 지시하는 등 잇따른 강경 방침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 사장은 "무노동 무임금 적용과 관련해 미온적으로 대응한 회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각 계열사의 파업 처리과정과 처리내용을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MBC 사장단은 29일 오전 서울에서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고소를 당한 MBC 노조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등포 경찰서는 28일 오전 MBC 총무부장을 상대로 고소인 조사를 벌였고, 노조 집행부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소환 일자를 조율하고 했다.

이에 따라 노조 집행부에 대한 소환장이 금명간 올 것으로 보이며, 소환을 계속 거부시 일부 집행부에 대한 체포 영장의 발부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노조는 이근행 본부장에 대한 강제 연행을 대비해 철야 사수 조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방송개혁시민연대가 지난 28일 MBC노조, MBC비정규직 노조, 언론노조 등을 사기 및 배임, 변호사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공금횡령, 업무방해,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해, 검찰 수사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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