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가수 이효리씨가 뮤직비디오 ‘치티치티뱅뱅’을 출시한 이후 안전벨트 미착용 등의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은데 대해 직접 의견을 물어봤다. 이효리씨 일정 때문에 인터뷰는 서면으로 했으며, 영화평론가 이안씨가 질의했다./편집자주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네’ 뮤직비디오와 ‘치티치티뱅뱅’ 티저영상 발표 후 본격적으로 음반이 출시되기 전에 음원유출 소동을 겪었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언플(언론플레이)’이라거나 ‘자작극’이라는 악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쪽도 있었는데, 실제로 음원에 대한 보안이 잘 지켜진 상태에서 음반이 출시됐을 경우와 비교해 이렇게 사전 음원유출이 발생하는 경우,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요?

이효리 :
정상적인 유통 경로가 아닌, 불법으로 음원을 유출함으로 인해 작사, 작곡가들이나 회사에 끼치는 손해가 얼만데 그런 위험천만한 자작극을 벌이겠어요. 이번 앨범을 잘 만들려고 고생을 많이 한 만큼, 제대로 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지, 질 낮은 불법 음원으로 이번 앨범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 사진제공 = 엠넷미디어  
 
- 일반적으로 대중음악시장은 음반 판매와 음원 다운로드, 그리고 공연수입으로 크게 나뉘는데, 이효리씨의 경우 그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요? 그리고 음반을 직접 구입하는 충성도 높은 팬을 위해 특별히 배려하는 점은?

이효리 : 저는 앨범 제작이나 활동에 주로 치중하고 있어요. 충성도가 높은 팬들을 겨냥해 음반을 만들었다기보다, 음반을 구매하신 모든 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을 만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열심히 만든 음악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수 있게 최선을 다해 활동할 계획입니다.

- 많은 가수들이 소위 ‘한류 스타’로서 해외로(특히 아시아 지역) 영역을 확장하는데, 이효리씨는 해외 팬들의 요청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가수로서는 줄곧 국내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해외활동은 CF나 홍보행사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외 활동에 대한 계획은?


이효리 :
제가 해외 활동에 대해 좀 소극적인 편이예요. 해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해외에 진출하고 싶을 만큼 모험심이 강한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으로선 결혼도 하고 싶고 가족들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거든요.

- 음반 발매 시점에서 공교롭게도 천안함 침몰이라는 큰 사건이 터지면서 계획했던 활동에 차질이 있었을 텐데,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요?

이효리 :
먼저,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장병들의 희생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요, 유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대처라기보다는 이 어려운 시국에 활동하게 되어서 많은 무대를 못 보여드리는 게 아쉽죠. 오랜 시간을 준비해 만든 앨범인데, 본격적으로 활동해야 할 시기에 여러 가지로 조심스럽네요.

- 타이틀곡인 ‘치티치티뱅뱅’의 뮤직비디오가 안전벨트 미착용, 도로점거 등의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효리씨에 앞서 비의 ‘널 붙잡을 노래’도 같은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뮤직비디오, 특히 힙합에서 이런 심의결과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가 될 수 있고, 이효리, 비는 대중문화에서 영향력이 큰 존재들이니만큼 이런 심의결과에 대해 의견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이효리 :
심의 결과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네요. 그렇지만, 유독 가요계에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 같아서 아쉬운 점도 있어요.

- (위 질문에 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결국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심의 기준의 명분이 촛불집회를 막기위한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령 ‘이효리처럼 유명하고 대단하면서 정치적 의미가 아닌 경우에도 도로는 막는다. 하물며 촛불은 안돼!’라는 경고로 보고 있는 거죠.이런 해석에 대해 이효리씨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들어보셨다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효리 :
들어본 적 없는데…… 그런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 ‘이번 컴백무대가 최악이다’라는 일부 언론의 평가와는 반대로 음원시장에서는 앨범 수록곡 전곡이 모두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 블로거는 시장에서의 반응과 언론의 평가가 극을 달리는 이유는 이번 앨범 수록곡 가운데 '스캔들'이라는 곡에서 기자를 비하하는 내용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언론의 컴백무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 사진제공 = 엠넷미디어  
 
이효리 : 언론을 통해서도 밝혔듯이, ‘스캔들’은 경험담은 아니고 재미로 상황극을 만들어 본 거예요.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걸 기자님들도 파악하셨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재미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던데요.
모든 기자님들이 한결같이 저에 대해 좋은 기사만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연예인이라도 좋은 기사만 날 수는 없을 거라고 보고요. ‘스캔들’이라는 곡 때문에 언론의 평이 좋지 않다는 것은 좀 억지스러운 것 같아요. 기자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나 잘났다는 식의 가사는 자기최면”
"매 앨범 마다 새로운 스타일 제시는 의무감"
"몰래 뒤 밟는 파파라치 보도는 누구라도 불쾌할 것"

- 이번 앨범 수록곡들의 가사는 좀 심하게 말한다면 다 '나 잘났어' 하는 가사들인데, 대중들에게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포지셔닝하여 전달하는 당신의 전략은 참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외적인 스타일은 '텐미니츠' 에서 '유고걸'로 이어지는 이른바 따라하고 싶은 여성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동안 10-20대 여성의 ‘스타일 워너비’로 군림해왔는데 이번엔 딱히 대중이 따라 할 여지가 없다는 거죠. 의도하신 바인가요?

이효리 :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컨셉트와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이제는 의무감으로 자리잡은 것 같아요. 앨범을 낼 때마다 많은 분들이 기대를 가져주시는 것도 즐겁고요. 이번 앨범의 컨셉트는 대중이 따라 하고, 따라 하지 않고에 초점을 두기보다 그 동안 하지 않은 것,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추구하려고 했어요. ‘나 잘났다’는 식의 가사는 일종의 자기 최면이었는데, 실제로 작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고요.

-요즘은 정규 언론매체보다 하나의 블로그가 더 영향력있기도 한 세상입니다. 많은 연예전문 블로거들이 이효리씨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데 보신 적은 있나요? 있다면 인상 깊은 블로거가 있었는지요?

이효리 :
언론이나 인터넷, 미디어에 올라오는 글은 거의 다 모니터하는 편인데요, 일반 블로거가 쓴 글은 아니지만, 한 대중음악평론가가 이번 앨범에 대해 쓴 칼럼이 기억에 남아요. 물론, 이번 앨범에 대해 칭찬 일색이어서 만은 아니고요.(^^) 이번 앨범에서 제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라든지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가사가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가에 대해 비교적 속 시원히 해명해주신 것 같아 기억에 남고, 한편으론 감사합니다.

-파파라치 사진으로 곤욕을 치른 연예인 가운데 한 사람인데요. 얼마 전 한국일보 인터뷰를 보니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스타로서 어느 정도의 사생활 공개는 감수해야겠다’라는 요지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효리씨가 생각하는 스타가 감수해야 할 사생활 공개의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효리 : 평소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은 채로 사람들 앞에 나섰을 때,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가벼운 일상 정도는 공개를 감수해야겠지만, 고의적으로 뒤를 밟고 동의도 없이 몰래 사진을 찍어서 유포시키는 일은 스타라서가 아니라 누가 겪더라도 불쾌할 것 같아요.

- 아이돌로 시작해 ‘요정’을 거쳐 이제 ‘여왕’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여왕’이라는 호칭은 단순한 섹시 아이콘이나 유행을 이끄는 연예인이 아니라 대중문화에 대한 영향력과 장악력을 인정받기 때문일 텐데요, 한편으로는 그 호칭에 따르는 책임감이나 부담감 같은 건 없나요?

이효리 :
'여왕'이라는 호칭은 소속사나 언론 매체에서 지칭해주는 것이라서 어색한데요, 호칭과 관계없이 매번 활동할 때마다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따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작업을 즐기려고 하고, 또 잘하려다 보니까 앨범 출시도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어요. 하지만 이번 앨범의 완성도만큼은 만족합니다. 노래 많이 들어봐 주세요.

- ‘예능 스타로서의 이효리’와 ‘솔로 여가수로서의 이효리’ 사이에서 아주 다른 이미지를 보이면서도 두 분야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CF 시장’에서도 줄곧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고요. 그런데 유독 ‘연기자로서의 이효리’에 대해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시도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었지요. 연기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사진제공 = 엠넷미디어  
 
이효리 : 이제 앨범이 막 나왔기 때문에 연기활동까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네요. 일단 앨범 활동 마무리를 잘하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요. 당분간은 가수로서 이효리에 충실할 계획이예요. 연기는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할 것 같고, 섣불리 도전해서는 안될 분야인 것 같습니다.

- 미디어오늘 독자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효리 :
안녕하세요, 이효리입니다. 4집을 위한 준비과정이 길었던 만큼, 이번 앨범은 좀 길게 활동할 예정이에요. 팬 여러분들과 소통할 기회를 많이 마련하고 싶고, 모든 수록곡에 내 모든 애정을 담은 만큼 한 곡 한 곡 귀 기울여 들어봐 주시고 앨범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의 활동도 많이 응원해주시고 기대 많이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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