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브리핑에서 아이패드(iPad)를 들고 나와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 누리꾼이 유 장관을 아이패드 불법 사용자라며 중앙전파관리소에 신고해 주목된다. 이 누리꾼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가수 구준엽씨를 함께 신고했다.

유 장관은 이날 오전 문화부 기자실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아이패드를 들여다 보면서 전자출판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유 장관은 "이걸로(아이패드) 하니까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관세청이 전파법을 적용해 아이패드의 국내 반입을 금지한 뒤라 누리꾼들이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 장관의 이런 발언은 기름에 불을 끼얹은 듯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관세청에 따르면 전파인증과 형식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유통·판매, 사용되는 아이패드는 불법이다. 다만 전파법에 의한 연구, 시험, 전시용 등 목적에 한해 예외적으로 통관이 허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구매대행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전파 방해 등을 이유로 아이패드 수입을 금지했던 이스라엘이 아이패드 수입을 허용하면서 세계적으로 아이패드 수입을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아이폰 뽀개기'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블랙폰'이라는 아이디의 한 누리꾼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아이패드 불법 사용을 신고해 달라는 전파관리소의 뉴스를 보고 유 장관 등을 신고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 누리꾼은 온라인 신고 화면을 인증샷으로 남겼는데 이 파일은 수많은 리트윗을 달고 순식간에 확산됐다. 누리꾼들의 격려도 잇따르고 있다.

   
  ▲ 한 누리꾼이 유인촌 장관 등을 아이패드 불법 사용자로 전파관리소에 신고하고 남긴 인증샷.  
 
전파관리소는 최근 "인증 받지 않고 해외에서 들여온 아이패드 등을 이용하면 불법으로 간주해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방침에 따르면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들여온 아이패드도 불법이 된다. 전파법에 따르면 인증 받지 않은 방송통신 기기 등을 이용하거나 관련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최대 2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전파 인증을 받을 경우 4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기 때문에 유 장관이 들고 있던 아이패드도 인증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화부는 해명 자료를 내고 "브리핑이 전자출판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해를 돕기 위해 브리핑실에 아이패드뿐 아니라 한국전자출판협회와 북센을 비롯한 전자책 유통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전자책 단말기를 전시했고 유 장관은 이중 화면이 넓어 아이패드를 활용한 것뿐"이라며 "해당 기기를 가져온 북센은 연구목적을 위해 기기를 반입한 것이라고 전해 왔다"고 말했다.

   
  ▲ 26일 아이패드로 브리핑하고 있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 ⓒ참세상  
 
그러나 누리꾼들은 한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풍자해 "유인촌만 아이패드 쓰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메시지를 트위터를 통해 유포시키고 있다. 누리꾼들은 "유 장관이 쓴 아이패드는 전파인증을 받은 것이냐", "북센이라는 회사도 연구소가 없는데 그래도 괜찮은 것이냐", "연구 목적의 범위가 어디까지냐", "목화씨를 숨겨왔던 고려시대 문익점의 심정으로 아이패드를 몰래 들여와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의문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유 장관이 들고 있던 아이패드가 인증을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 보다는 방통위가 아이패드의 수입을 불허한 가운데 문화부 장관이 아이패드를 들고 언론 앞에 나선 일관성 없는 정책 기조에 있다. 최소한의 정책 공유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법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정권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불법행위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저 전시행정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참으로 꼴불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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