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행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장이 26일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이근행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 1층 '민주의 터'에서 열린 사내 집회에서 300여 명의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 없다. 오래 벼르고 별러서 나선 길이다. 이미 한참을 걸어 온 길이"이라며 "그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 양심으로 스스로를 꼿꼿이 세워 자존의 길을 가겠다. 수치와 모멸을 곱씹는 시간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겠다"며 단식 돌입을 알렸다. 이날은 MBC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지 22일째 되는 날이다.

이근행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은) 절대 말로 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게 됐다"며 "사람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상투적인 단식이 아니라 저 사람에게 몸으로 말을 할 때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재철 사장에 대해 "참으로 뻔뻔한 사람"이라며 "잘 굴러가던 조직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상황에서 지금의 돌파구로 '퇴로인가, 자해인가'를 고민했다"고 밝혀 심경적인 고민도 내비쳤다.

   
  ▲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본부장은 "1~2주차 때는 (파업)프로그램을 기술적 고민했다면 이제 그런 기술은 거의 끝이 났다"며 "이제 남은 것은 시간이고 우리의 목숨이고 스스로 견디는 일밖에 없다"고 밝혀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또 신영복 교수의 책을 인용하면서 "사람이 말로 안 되면 글을 쓰고 글로써 안 되면 노래를 한다. 노래로도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다면 춤을 춘다"며 "말의 단계에서 몸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몸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합원들에게 "파업 끝내고 잠시 비굴해도 월급 받으면서 비굴하게 살겠습니까"라며 "스스로 포기하면 일생의 돌이킬 수 없는 부끄러운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싸움의 기술도 없지만 기술 가지고 이번 싸움을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양심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재철에 대한 분노, 권력에 대한 분노도 있겠지만, (여러분들도)언론 노동자로서 좋은 언론인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게 동력이 돼 이 자리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단식을 두고 "싸움의 끝이 아니라 총파업 투쟁 2단계 출정식"이라며 "당당히 싸움에 이겨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 여러분과 함께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합원들과 "전 조합원 똘똘 뭉쳐 MBC를 지켜내자"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편, 사측이 집계한 결과 현재 파업 참여 인원은 507명(1일차) 575명(5일차), 633명(11일차), 653명(14일차) 등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인 상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