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 확대, 사이버 모욕죄 등 인터넷을 통제하고 옭아매려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참여연대가 올해 초 인터넷 실명제 위헌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미디어오늘도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2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터넷 실명제가 독자와의 소통을 막고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등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국내 IT업체들의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국내 동영상서비스인 판도라TV와 포털 다음의 동영상 서비스 TV팟이 제한적 본인확인제에 걸려 이용자 수가 급감하는 동안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이용자는 급격히 상승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2008년 7월 구글 유튜브 이용자는 175만6000여 명이었으나 올해 1월에는 316만4000여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판도라TV 이용자는 같은 해 541만5000여 명에서 318만1000여 명으로 뚝 떨어졌고, 다음 TV팟 역시 702만6000명에서 444만4000여 명으로 급감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는 정부가 다른 한쪽에서 폐쇄적인 인터넷 정책을 고수해 국내 IT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모순이 나타난 것이다. 업체 관계자들이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인터넷 실명제가 기업 활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직언을 한 것은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려운 때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인터넷 정책 ‘딜레마’가 광우병 촛불시위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당시 인터넷을 허위사실이 난무하는 ‘악의 공간’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네티즌들을 무분별하게 붙잡아 기소했다. 다음 아고라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해 경제논객으로 유명세를 타던 미네르바 구속사태도 대표적 사건이다. 정부는 미네르바가 이제 위기가 끝났다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반박하는 글을 계속해서 올리자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한다며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했다.

정부는 또 ‘권태로운 창’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던 인터넷 논객 구속, 광고주불매운동 네티즌 10여명을 기소했으며 인터넷 실명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중의 소리와 참세상 등 소규모 인터넷 매체에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등 전방위로 인터넷 공간을 압박했다.

네티즌들은 ‘사이버 망명’으로 대응했다. 국내 포털사이트에 올린 게시 글이 차단당하고 심지어 기소까지 당하자 국내 인터넷 업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메일까지 해외 계정으로 바꾸는 일이 속출했다. 구글의 G메일 계정이 지난해 7월 116만 명에서 올 1월 145만 명으로 24%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또, 유튜브가 우리 정부의 실명제 조치를 거부하고 국가선택에서 ‘한국’을 선택할 경우 동영상을 올리지 못하게 막아 어쩔 수 없이 사이버 망명을 선택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도 유튜브에 국가홍보 동영상을 올리기 위해 국가선택을 ‘세계’로 한 것이 알려져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고,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3월 우리나라를 바레인, 러시아, 아랍에미레이트 등과 함께 ‘인터넷 검열 감시 대상국’에 포함시키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정부가 과거 인권차원의 문제제기에는 무관심하다 최근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고 외국 서비스들에 대한 국내 네티즌들의 이용도가 높아지면서 규제정책이 불협화음을 일으키자 이제야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인권침해적인 인터넷 규제를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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