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13일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거부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인터넷 실명제 반대 여론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초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오마이뉴스, YTN, 유튜브를 이용하는 네티즌과 함께 언론사와 업체에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토록 강제한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여기에 일반 사용자가 아닌 본인확인제 대상 언론사인 미디어오늘까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인터넷 실명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참여연대가 제기한 헌법소원은 사이트 이용자들이 익명의 상태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한 것에 따른 문제 제기라고 한다면, 미디어오늘이 제기한 헌법소원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저장하고 수사기관 요청시 이 정보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진 언론사가 제기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를 맡은 김기중 변호사(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는 "참여연대의 헌법소원은 사이트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 침해에 대한 것이라면 미디어오늘 헌법소원은 독자와의 자유로운 소통과 의사교류 제약 등 언론사로서의 취재활동 자유를 침해받은 데 따른 것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이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거부하는 것은 이 조치가 애초 입법취지와 달리 악성댓글 감소에 큰 영향이 없는데다 오히려 건강한 여론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우지숙 교수가 지난 8일 행정대학원이 발간하는 '행정논총'에 실은 논문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에 따르면, 실명제 이전 13.9%였던 비방 게시 글은 실명제 이후 12.2%로 나타났다. 비방 글이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실명제 효과라고 하기에는 미미한 셈이다.

반면, 실명제 실시로 게시판에 글을 올린 참여자 수는 대폭 감소했다. 조사기간에 인터넷에 글을 쓴 아이피 수는 2천585개에서 737개로 크게 감소해 인터넷 여론이 크게 위축됐음이 증명됐다. 인터넷 실명제의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커뮤니케이션 위축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통계는 지난 2008년 숭실대 배영 교수(정보사회학) 연구팀이 조사한 본인확인제 효과와도 일치한다. 이 조사에서도 제한적 본인확인제 시행 이전과 시행 이후 악성댓글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고, 다만 표현수위가 다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 숭실대연구팀의 제한적 본인확인제 효과 연구(2008).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국내기업에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불만도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친 기업'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논란 끝에 유튜브를 국내 사이트 주소가 아닌 해외 사이트로 연결된다는 이유로 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상에서 제외하자 국내 동영상 사이트인 판도라TV가 제한적 본인확인제 등이 국내 업체를 역차별하고 있다는 불만이 담긴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판도라TV 관계자는 13일 "제한적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 페이지뷰가 이전보다 15~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기업 활동에 커다란 제약을 받고 있다"며 "인터넷업체의 주 수익은 광고인데 이 정도면 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기업들도 최근 방통위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 등이 국내 인터넷 기업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본인확인제가 언론사에 경제적 부담을 강제한다는 것도 인터넷 실명제 폐지 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본인확인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언론사가 스스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저장해야 하고,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민간업체에게 관리하고 통제하라고 떠넘기는 것이라는 점에서 위헌요소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중국에서 우리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가 한개 당 1원씩 거래되는 현실에서 본인확인제는 실효성이 없는데도 정부가 비판적인 글을 올리는 네티즌을 쉽게 소환하기 위한 제도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본인확인제가 폐지되더라도 '임시조치 제도'를 이용하면 포털이나 각 사이트에 게시된 불법게시물에 대해 차단조치가 가능하다"며 "헌법에 위배되는 본인확인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지난 2007년 7월, 일일평균 이용자수 30만명 이상의 사이트에만 적용됐으나 광우병 사태 및 유명 연예인 자살 사건 등에 인터넷 댓글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논란이 일면서 지난해 1월부터 10만명 이상 사이트로 확대됐다. 대상 사이트도 37개에서 153개로 대폭 늘었으며, 올해는 미디어오늘을 포함한 167개 사이트가 대상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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