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는 분명히 매력적인 제품이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단 아이패드는 PC가 아니다. 멀티 태스킹이 지원되지 않고 USB 포트도 없다. 플래시도 안 뜬다. 키보드도 없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유선 랜 포트도 없다. 화면은 넓어졌지만 가상 키보드는 뭔가 장문의 글을 타이핑하기에는 여전히 불편하다. 동영상을 재생하려면 다른 PC에서 인코딩을 해야 하는데 2시간짜리 영화 하나 변환하는데 서너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아이패드의 가장 큰 한계는 가격이다. 와이파이 모델의 경우 16GB 제품이 499달러, 32GB는 599달러, 64GB는 699달러다. 3G 기능을 추가하면 각각 130달러씩 더 붙는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라 여기에다 세금과 환경 부담금, 카드 수수료를 더해야 한다. 구매대행 사이트를 이용하면 관세를 더해 16GB 와이파이 제품이 72만원으로 뛴다. 64GB 제품은 93만원이 된다. 웬만한 노트북 한 대 가격이다.

   
  ▲ 아이패드와 아이폰 크기 비교.  
 
아이패드는 아무래도 노트북과 비교하게 되는데 활용 범위가 좁다.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 같은 작업을 하기에는 적당치 않다. 애플이 승인한 어플리케이션만 쓸 수 있다는 건 답답한 일이다. 인터넷 뱅킹과 카드 결제가 잘 안 되는 건 굳이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점유율이 90%가 훌쩍 넘는 나라에서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다. 그러나 태블릿 PC가 갖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애초에 활용 범위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

아이폰과 비교해도 아쉬운 점이 많다. 일단 카메라가 없고 와이파이 제품의 경우는 GPS(위성항법장치)도 없다. 이 때문에 아이폰에서 유용하게 썼던 증강현실 어플리케이션이 대부분 무용지물이 된다. 차기 버전에서 카메라를 지원할 거라는 루머가 떠도는 것도 그만큼 사용자들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은 늘어났지만 USB 포트로 충전이 안 되기 때문에 전원 어댑터를 들고 다녀야 한다.

물론 위에 열거한 단점 가운데 상당수는 조만간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 4.0판에서 멀티 태스킹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아이패드도 이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한글 지원이 안 되는 것도 시간 문제다. 어플리케이션이 충분히 늘어나면 사용자들 불만도 조금씩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아이패드는 컴퓨터도 아니고 스마트폰도 아닌 전혀 다른 멀티 미디어 디바이스라는 사실이다.

결론을 정리하면, 아이패드는 100만원이나 주고 사기에는 부담스럽다. 출근 길 전철에서 또는 퇴근 후 소파에서 뒹굴거리면서 신문이나 전자 책을 보기에는 좋겠지만 100만원어치 책을 읽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노트북+와이브로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왜 굳이 아이패드인가 다시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애플이 계속 폐쇄적인 앱스토어를 고집한다면 머지 않아 누군가가 아이패드 탈옥(jail-break)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애플이 고집만 살짝 꺾는다면 훨씬 더 좋은 제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테크크런치는 "스티브 잡스가 과거 맥킨토시를 니치 시장으로 퇴보시켜 버렸을 때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금은 잡스가 이기고 있지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등등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과연 앞으로도 계속 승리할 수 있을까. 아이패드의 폭발적인 인기를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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