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받아들고 처음 드는 느낌은 "이제 신문 팔아서 먹고 살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었다. 당혹감과 위기감이 동시에 엄습했다. 이제 누가 출근 길에 600원짜리 종이신문을 사 볼까.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그래도 종이신문은 살아남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아이패드로 뉴욕타임즈와 USA투데이를 몇 페이지 넘겨보고 나니 그런 확신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종이신문의 종말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여전히 종이신문의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에서는 기사의 경중이 구분되지 않고 편집자의 의도도 읽기 어렵다고 불평을 늘어 놓는다. 그런데 아이패드에서는 이런 불만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아이패드는 뉴스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중요한 뉴스가 한 눈에 들어오고 큰 흐름을 빠른 시간에 훑어보기에 더 좋다. 아이패드의 터치는 온라인에서의 마우스 클릭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편리하다.

   
  ▲ 애플 아이패드.  
 
뉴욕타임즈는 '에디터스 초이스'라는 아이패드 앱을 내놓았는데 그날의 주요 기사를 두 페이지로 요약해 놓아 핵심을 짚기에 편리하다. 가로로 볼 때는 4단 편집, 세로로 볼 때는 3단 편집이라 신문을 펼쳐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온라인에서는 마우스 스크롤을 하다가 시선을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패드에서는 기사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몇 줄씩 건너 뛰면서 대충 훑어 읽어도 기사의 맥락이 쉽게 이해된다.

USA투데이는 화면을 아래로 넘기면 다음 페이지를 볼 수 있고 오른쪽으로 넘기면 다음 기사가 뜬다. 온라인에서는 제목만 보고 넘기는 기사가 많지만 아이패드에서는 기사를 하나하나 넘겨보면서 읽을 기사를 찾게 된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다. 마우스를 움직여 다음 기사를 클릭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화면을 대충 쓱 쓸어 넘기는 것만으로도 바로 다음페이지가 뜬다. 커피 한 잔과 함께 하곤 했던 종이신문의 느낌 그대로다.

   
  ▲ 애플 아이패드.  
 
아이패드는 무엇보다 신문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 준다. 아이패드를 10분만 써 보면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여서 뭔가를 클릭한다는 게 얼마나 신경을 집중하는 일인지 깨닫게 된다. 아이패드에서는 보이는 걸 바로 터치하면 되기 때문에 손가락과 마우스, 눈동자를 일체화 또는 동기화하는 과정을 건너 뛸 수 있다. 툭툭 건드릴 때마다 새로운 뉴스가 튀어나오는 경험은 종이신문의 향수를 넘어 뉴스 소비를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종이신문은 기사 한 건에 사진 하나씩 싣기도 어렵지만 아이패드에서는 풍부한 자료 사진을 보여줄 수 있다. 뉴욕타임즈는 사진을 터치하면 여러 장의 사진이 뜨는데 마치 사진첩처럼 쓱쓱 넘겨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풍부한 백데이터와 통계, 그래프를 제공한다. BBC는 기사를 넘겨 보면서 라디오 생방송을 들을 수 있는데 온라인에서 보다 훨씬 더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당연히 몰입도도 더 높다.

정보기술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은 "우리는 이런 기기를 15년 동안 기다려왔다"고 극찬을 늘어놓았다. 앤더슨은 "아이패드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라면서 "라디오에서 TV로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아이패드는 언론산업의 구원과 연결돼 있다"며 "아이패드가 성공하면 전 세계 신문과 잡지들이 판매 및 광고수입 감소라는 곤경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물론 단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멀티 태스킹이 지원되지 않으며 USB 포트가 없어서 주변 장치들을 쓸 수 없다는 점도 아쉽다. 메모리에 큰 부담을 주는 플래시를 차단한 것도 이해는 하지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아이폰과 태더링이 안 된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아이폰을 연결해서 3G 이동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좋을 텐데 애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양쪽에 통신요금을 내야 한다면 억울하지 않을까.

아이패드는 전자 잉크 방식의 아마존 킨들 보다 훨씬 컬러풀 하지만 햇볕이 강할 때는 가독성이 떨어진다. 화면이 커진 만큼 아이폰 보다 자판 입력이 편리해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랩톱 PC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동영상을 재생하려면 인코딩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번거롭다. 한글 지원이 안 되고 앱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아쉽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문제다.

그러나 이런 단점을 모두 상쇄할 정도로 아이패드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아이패드는 종이신문과 잡지를 빠른 속도로 대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의 콘텐츠는 종이신문이나 잡지보다 훨씬 화려하고 풍성하다. 화면을 통해 책장을 넘기는 것도 익숙해 지면 오히려 더 편리하다. 필요한 문장을 검색해 볼 수 있고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고 설렁설렁 넘기며 중요한 페이지를 찾는 것도 종이 책 만큼이나 쉽다.

아이패드는 교육용 교재로도 훌륭하다. 벌써부터 교육용 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폰 앱보다 비싸지만 기꺼이 비용을 치를만큼 매력적인 어플리케이션이 많다. 부모와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놓고 함께 둘러 앉아 퀴즈를 풀거나 게임을 하고 잠자리에 든 아이 옆에서 동화를 읽어주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책도 적당한 가격에 쉽게 내려 받을 수 있다. 워낙 인터페이스가 쉽기 때문에 갓난 아이들도 갖고 놀기에 크게 어렵지 않다.

모바일 광고 시장도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벌써부터 아이패드에 광고를 내겠다는 기업들 문의가 쇄도 하고 있다. 미국신문협회(NA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신문들 광고 수입은 27% 이상 급감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모바일 쪽에서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이패드 광고는 지면이나 온라인 광고와 달리 다양한 인터랙션이 가능하다. 몰입도도 높고 광고효과도 높다는 평가다.

국내 언론사 가운데는 아직 아이패드 앱을 출시한 곳이 없다. 경향신문과 매일경제, 서울경제, 조선일보, 한국경제, 한국일보 등이 아이폰에서 지면 보기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를 수정해서 아이패드 서비스를 시작하는 곳도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이신문을 그대로 아이패드에 집어넣는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이른바 대판 판형은 아이패드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크다. 확대와 축소를 번갈아 가면서 봐야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조선일보와 매일경제 등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지면 보기 서비스를 종이신문 구독자에게는 무료, 구독자가 아닌 경우는 1개월에 2천원씩 받고 유료화한다는 계획인데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아이패드 서비스가 새롭긴 하지만 대부분 기사를 포털 사이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데 굳이 비용을 치르면서 앱을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패드에 맞는 특화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에서도 모바일 유료화가 최대 화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패드 서비스를 월 17.99달러의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다. 인터넷에서는 월 1.99달러를 내면 모든 기사를 볼 수 있는데 아이패드에서는 거의 10배가 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카콜라와 페덱스 등 6개 기업이 아이패드 서비스에 광고를 싣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광고 단가가 4개월에 4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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