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천안함 실종자들을 영웅이라고 표현하면서 성금을 모금하는 추모생방송을 내보내 '사고원인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모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안팎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는 11일 낮 12시10분부터 2시까지 를 방송했고, 저녁 6시부터 8시까지는 2부를 방송할 계획이다.

1부에서 KBS는 각종 가곡 및 추모 음악을 방송하면서 정운찬 국무총리,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주호영 특임장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류근찬 자유선진당 원내대표, 정정길 대통령실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도로공사와 수자원공사 임직원,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등의 성금 기탁 사실을 화면으로 방송했다. 화면 뒷부분엔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 등 정부의 성금 기탁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또한 여의도광장에도 대형 게시대를 설치하고, 이원 생방송을 통해 성금 접수 상황을 전달했다. 사회자는 "우리는 과거 어려워도 하나였다"(김재원) "힘과 지혜를 모아 헤쳐나가자"(박주아)고 말했다.

   
  ▲ 지난 3일 밤 12시부터 방송된 KBS <특별기획 천안함 침몰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  
 
KBS는 2부에서는 "희생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희생자들에 대한 예우의 방법과, 사고의 충격과 논란으로 분열된 국민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종합구성(미니 토론 + VCR) 프로그램"을 방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 프로그램엔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교수, 안기석 전 해군작전사령관,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장 등이 참석한다.

KBS의 특별생방송 1부가 끝날 무렵 KBS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정부가 나서서 최대한 보상과 예우부터 해야지 일만 터지면 국민한테 손벌리느냐' '시신인양도, 진상규명도 안된 사태에 대해 범국민적 모금방송이나 할 일인가' '아직 시기상조' 등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이 방송이 진정한 공영 방송이 맞나요? 며칠전 정부 관리자가 군인들 모금이랑 시민성금 모금어쩌고 하더니 바로 특별생방송 편성해서 모금부터 하는거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네요. 국가가 먼저 할수있는 최대한의 보상과 예우부터 해야지 일터지면 국민들 한테 손벌리는 국가가 도대체 어느 나라 국가인가요? 국민들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서 애도를 표하는건 몰라도 이건 진짜 아니라고 봅니다. 사장이 아무리 친정권 인사라고 하지만 요즘 KBS 하는거 보면 진짜 이건 아니다 싶네요 제발 정신좀 차리길 바랍니다"(김아무개)

-"이게 범국민적으로 모금을 할일인가요? 아직 시신도 원인도 규명을 못했는데 이런 생방송은 왜 하는겁니까? 권력의 하수노릇 그만 좀 하시죠"(조아무개)

-"아직은 시기 상조인것 같습니다.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실종자 사체도 수습되지 않았는데, 그분들이 영웅이 된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아직은 특별방송이니 영웅이니하는 방송은 삼가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권아무개)

-"지금 천안함 피해로 성금 모아서 도대체 뭐할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쓸데없는 방송 할시간에 천안함유족분들께 찾아가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겠네요. 누구에게 보여지자고 하는 방송인지.. 누구 입에 들어갈 성금기탁 방송인지.."(이아무개)

이를 두고 KBS PD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기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중앙위원(기획제작국·교양제작국)은 11일 낮 "이미 일주일 전 주말에도 천안함 특별방송을 세건이나 했고, 그것도 모자라 오늘은 또 추모 및 성금 방송까지 한 것"이라며 "최근 방송된 도 그렇지만 원인규명과 의혹에 대한 확인작업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이 추모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지난 3일 밤 12시부터 방송된 KBS <특별기획 천안함 침몰 국민의 마음을 모읍시다>  
 
홍 위원은 "최근 천안함 특별방송에 '동원'되는 PD들도 이미 KBS가 짜놓은 프레임 내에서 이견을 제시하기 힘들 정도여서 이런 방송은 (전형적인) '관제성 프로그램'"이라며 "이런 프로그램은 하루빨리 사고의 진상이 밝혀지길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선규 KBS 홍보팀장은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이지 단지 성금만 모금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프로그램의 취지를) 좋게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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