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 여사께서 ‘너무 고생 많았습니다’라고 위로하시며 등을 토닥거리면서도 울음을 참지 못하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너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고 하시며 같이 끌어안고 그 동안 참았던 눈물을 함께 터뜨렸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이명박정권·검찰·수구언론의 정치공작분쇄 및 정치검찰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양정철 대변인은 지난 1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벌어진 사연을 이렇게 전했다.

양정철 대변인은 봉하마을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권양숙 여사께서는 이날 사저 대문 입구까지 직접 나와서 한 전 총리를 맞았다. 권 여사께서는 한 전 총리를 만나자마자 끌어안고 복받쳐 오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면서 “두 분의 눈물의 포옹을 보면서 배석했던 사람들이 모두 한 동안 숙연해졌다”고 설명했다. 

한명숙 권양숙 두 사람의 눈물은 공통의 사연을 담고 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둘러싼 논란 속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고, 한명숙 전 총리는 무죄 선고를 받을 때까지 ‘인격살인’에 시달려야 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직후 “제가 길고 험난한 과정을 뚫고 사법부에서 무죄를 받은 직후에 봉하마을을 꼭 찾아서 노 대통령을 꼭 찾아봬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이 노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는데 노 대통령이 저를 지켜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지난해 5월29일 경기 수원 연화장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이 분향을 마치고 승화원으로 들어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권양숙 여사는 한명숙 전 총리와 오찬 환담에서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도와줄 길도 없고 마음만 졸이면서 지켜봤다. 이런 일은 이제 끝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한명숙 전 총리는 “이제 한 발짝 물러서서 사람들에게 울타리 역할을 하면서 살아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운명의 강물인지…. 흘러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4월9일 법원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은 다음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희호 여사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양숙 여사를 차례로 만났다.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의 상징적인 인물을 차례로 만나면서 법원 판결 이후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알렸다.

한명숙 공대위는 11일 노무현 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판결의 핵심의미는 ‘법리와 사법정의 대신 정치적 계산에 의한 밀실수사, 정치권력의 이해에 따른 표적수사, 그 과정에서 저지르는 비법률적 행태에 대해 법원이 내린 강력한 경고’ 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명숙 공대위는 이명박 대통령 사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명숙 공대위는 “전임자 예우 잘 하겠다고 해놓고 검찰의 비루한 보복수사로 전직 대통령의 참담한 서거를 맞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전직 총리가 똑같은 기관의 똑같은 수법으로 이런 황당무계한 일을 당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비겁하게 뒤로 숨을 일이 아니다.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에서 탈피해 국민을 두려워하며  법대로 일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명숙 공대위는 “대통령 사과,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의 책임사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민이 낸 세금,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공명심에 휩싸인 검찰이 해서는 안 될 짓에 허투루 쓰고 함부로 남용하는 일에 대해 국민과 함께 근원적 혁파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명숙 공대위는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수사관행을 반성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은 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체포까지 검토하면서 기세를 올렸지만 돌아온 것은 참담한 결과였다.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를 둘러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반격을 노리고 있지만, 보수신문과 한나라당 쪽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마당에 검찰이 ‘별건 수사’이든 ‘신건 수사’이든 새로 판을 벌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검찰이 신뢰를 벌어도 모자랄 판에 매를 버는 일을 해서야 되겠는가. 때를 맞추지 못하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이치를 자각하지 못해 국민들로부터 멀어지는 일들을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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