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과 정부가 천안함 침몰 당시 강력한 폭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음파를 관측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은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음파를 관측한 연구원측도 이를 확인하는 언론에 거짓말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MBC는 10일 6번째 리포트 <뉴스데스크>에서 "천안함 침몰 당시에 강력한 폭발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음파가 관측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며 "천안함이 폭발에 의해서 침몰했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인데, 군 당국은 그동안 이 사실을 알고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MBC는 보도에서 이날 오후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이 공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 내용을 전했다.

MBC는 "당일 밤 9시 21분 58초 백령도 관측소에서 지진파가 관측된 지 약 15초 뒤에 규모 6.575 Hz의 음파가 관측됐다"며 "이 정도 음파는 기뢰 또는 어뢰가 천안함 10m 아래에서 TNT 260kg이 폭발한 것과 같은 위력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MBC는 "당시 폭발음은 2백여 킬로미터 떨어진 철원 관측소에서도 감지될 만큼 강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 10일자 MBC <뉴스데스크>.  
 

MBC에 따르면, 이희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천안함 관련 음파 신호는 울릉도를 제외한 전 관측소에서 관측됐다"며 "지질자원연구원 측은 관측된 음파가 1.1초 간격으로 두 차례 감지돼 기뢰나 어뢰에 의한 버블효과를 나타내주며 음파 양상으로 볼 때 외부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MBC는 군, 정부쪽의 은폐 사실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MBC는 연구원 측은 사건 발생 5시간 만에 북핵 대응 매뉴얼에 따라 음파를 분석해 폭발 규모와 추정 위치를 국가위기상황센터와 국정원 등에 알렸다"며 "그런데도 연구원 측은 그동안 폭발과 관련된 음파가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혀왔고 정부와 군 당국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BS도 <뉴스9> 5번째 리포트 <천안함 폭발음 철원서 감지, 폭발 더 컸다>에서 이같은 내용과 함께 "(백령도 관측소 관측 후)약 9분 뒤엔 경기도 김포지역, 또 약 11분 뒤엔 강원도 철원 지역에서도 백령도 방향을 향해 음파가 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 대전과 강원도 고성 등 전국 7개 음파관측소 중 여섯개 지점에서 음파가 관측됐다"고 구체적인 관측 결과를 전했다.

   
  ▲ 10일자 KBS <뉴스9>.  
 

KBS도 "이 자료는 사고 발생 5시간 뒤 군을 비롯한 국가 기관에 보고했지만, 군 당국은 이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도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군과 정부가 침몰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을 알고도 은폐한 것을 두고, 위기 대응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군은 사고 발생 시간을 4차례나 번복했고, 지진파가 감지됐다는 사실도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공개해 논란이 인 바 있다.

   
  ▲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5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측과의 취재 결과 "천안함 침몰 당시, 폭발 음파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의 자료 공개 결과 연구원측은 정부측엔 "기뢰 또는 어뢰가 천안함 10m 아래에서 TNT 260kg이 폭발한 것과 같은 위력의 음파가 관측됐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측은 그동안 "천안함 침몰 당시 백령도 공중음파관측소에서 관측된 음파에는 화약류 폭발로 볼 수 있는 대역의 주파수가 감지되지 않았다"(지난 5일 뉴스데스크 <"천안함 침몰 당시, 폭발 음파 없었다">)고 밝힌 바 있어, 언론에 허위 사실을 알린 배경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당시 군이 보고를 받은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원 대변인은 그동안 음파 관련 보고를 비공개한 것에 대해선 "공식 발표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은 당시 (군은)지진파가 천안함 폭발에 따른 것인지는 검증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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