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김태영 국방장관의 천안함관련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는 의혹을 부른 'VIP 메모' 사진을 CBS노컷뉴스 외에 연합뉴스와 한국일보도 찍었으나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협회보는 9일 오후 온라인판에서 "2일 오후 김 장관이 받아들고 있던 이 메모를 찍을 당시현장에는 CBS 노컷뉴스 외에도 한국일보와 연합뉴스, 인터넷신문 기자가 있었으며 관련 사진을 함께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노컷뉴스는 5일 김 장관이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 질의 당시 보고 있던 A4 크기의 백색 용지에 적힌 메모를 찍어 단독 보도 했다. 메모에는 "VIP께서 외교안보수석(국방비서관)을 통해 답변이 '어뢰' 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 감을 느꼈다고 하면서(기자들도 그런 식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노컷뉴스는 사진 해독 등에 사흘을 보낸 뒤 이를 보도했지만, 한국일보와 연합뉴스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이 사진을 보도하지 않은 데 대해 연합뉴스 박노황 편집국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사진이 흐릿했고 그동안 청와대에서 주장하던 바와 다른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이종재 편집국장은 "우리가 찍은 사진은 'VIP'라는 단어를 듣고 나서야 'VIP'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며 "이튿날 신문에 노컷뉴스라도 받아서 내는 게 어땠을까 하는 데스크간 의견 교환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내부에서 자사 사진을 내지 않은 데 대한 지적이 나온 데 대해 이 국장은 "결국 편집국장인 내 책임"이라고 답했다.

   
  ▲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 김태영 국방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에 관해 VIP(대통령)으로부터 한통의 메모를 받고 있다. ⓒCBS노컷뉴스 윤창원 기자.  
 
노컷뉴스 단독 보도 이후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김 장관은 그 메모를 전달받고 조금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으면서 청와대 지시대로 앵무새같은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고,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도 "집권 경험이 있는데 'VIP'는 대통령을 지칭하고 'BH'는 청와대를 의미한다. 'VIP'가 대통령이 아니라면 정말 황당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7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대통령은 아니고 (국방부가 파견한)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역시 이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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