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과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 코드’가 맞는 인물이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MB교육 전도사’라는 평가를 받았고, 언론으로부터 ‘리틀 MB'라는 칭호도 얻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공정택 전 교육감의 친밀함은 언론 기사에도 나온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지난 2008년 7월30일 서울시 교육감선거에서 ‘촛불 후보’로 불렸던 주경복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지 일주일만인 8월7일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

동아일보의 2008년 8월28일자 9면 <이 대통령의 식사 스킨십>이라는 기사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7일에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과 오찬을 갖고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고…”

민선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되자마자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점은 당시 논란이 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공정택 전 교육감이 이를 자랑삼아 얘기했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2008년 8월27일자 <대통령이 칭찬했다고 자랑하는 민선 교육감>이라는 사설에서 “민선 교육감 당선자가 임명권자도 아닌 대통령부터 만났다는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문제는 그 자리에서 부적절한 말이 오갔다는 점”이라며 “공 교육감은 선거과정에서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것에 대해 대통령에게 사과까지 했다고 한다. 스스로 '한나라당 교육감'임을 고백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과 공정택 전 교육감의 남다른 친밀감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촛불 정국의 한 복판에 열렸던 서울 교육감 선거의 의미와 관련이 있다. 당시 진보개혁 진영 단일후보로 나선 주경복 후보는 ‘MB교육 심판’을 전면에 내걸었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MB교육전도사’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여권 쪽과 코드가 맞았다.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는 ‘중앙SUNDAY’ 2008년 8월3일자 <이명박 정권의 기묘한 구사일생>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정권은 구사일생했다. 촛불의 지원을 받은 주경복 후보가 서울시 교육감으로 뽑힐 뻔했다. 그랬으면 당했을 것이다. 교육으로 정권 심판을 받을 뻔했다. 교육정책은 헝클어지고 정권 내부가 낭패의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촛불 세력은 반정부 위력을 과시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7월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정택 후보 승리로 끝난 서울교육감 선거 결과를 화제에 올리면서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정택 전 교육감이 ‘MB교육 전도사’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그의 도덕성과 업무 능력은 관심의 대상이 됐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선거 당시부터 각종 의혹과 논란의 당사자였다. 도덕성 논란과 무능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리틀 MB’로 불렸던 공정택 전 교육감은 부패로 무너지고 있다. 한때 서울 교육을 호령했던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교육 부패’의 대명사라는 불명예의 주인공이다. 그의 몰락은 지난해 10월29일 대법원으로부터 교육감 상실에 해당하는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이미 예고됐다.

교육감직 박탈과 함께 28억 5000만원의 선거자금도 다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돌려줘야 했다. 돈과 명예가 무너진 순간이다. 자신의 미래를 예감했을까. 그는 선거자금 반환 명목으로 서울시 교육감 휘하에 있던 지역 교육청 책임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8일자 14면 <검찰, 전.현직 교육장 6명 이상 조사>라는 기사에서 “공정택(76) 전 서울시 교육감에게 선거비용 반환에 쓰라며 돈을 건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서울 지역의 전.현직 교육장이 6명을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무능한데다 부패한 인물. 공정택 전 교육감은 치욕적인 이미지를 떠안아야 했다. ‘리틀 MB' 'MB교육 전도사’ 등 공정택 전 교육감의 별칭은 그의 부패혐의와 함께 청와대에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 경향신문 4월8일자 사설.  
 
공정택 교육감 당선을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현 상황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국가교육과학기술과학자문회의에서 “요즘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은 교육비리 문제”라면서 “사회 제도상 교육감이 선거로 되면서 그런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틀MB'로 불렸던 공정택 교육감이 교육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진단은 엉뚱했다. 교육감을 국민이 선거로 직접 뽑아 교육비리가 생겨났다는 주장은 ‘적반하장’에 가깝다.

MB교육 전도사의 몰락을 지켜보며 자성하고 반성하기보다는 남 얘기처럼 말하면서 선거제도가 문제라는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일보 박보균 대기자의 2008년 8월3일자 기사에 힌트가 담겨 있다.

“교육으로 정권 심판을 받을 뻔했다. 교육정책은 헝클어지고 정권 내부가 낭패의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MB교육 심판’을 내건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에 대한 예측이다. 문제는 그런 예측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6월2일 지방선거에서는 교육감 선거도 함께 열린다.

경기도 현역 교육감인 김상곤 교육감은 물론 서울에서도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등 진보개혁 진영 지지를 받는 후보가 뛰고 있다. ‘제2의 주경복’ ‘제2의 김상곤’이 전국에 걸쳐 MB교육 심판을 내걸고 선거전에 나서고 있다.

정권 심판을 받지 않고자 선거를 없애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은 위험천만한 논리로 해석될 수 있다.경향신문은 8일자 사설에서 "그렇다면 정치인 비리는 총선 때문이요. 대통령 측근 비리는 대통령 선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가"라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주장을 하건 6월2일 지방선거는 피하기 어렵다. 6월2일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물론 서울 경기 인천 등 각 지역에서 교육감도 선출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우려하는 그 ‘선거’를 손꼽아 기다리는 국민도 적지 않다. 6월2일 지방선거에서 누군가는 환한 웃음을 지을 것이고 누군가는 씁쓸한 웃음을 지을 것이다. 결국 민심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겠는가.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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