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외부 충격이라고 잠정 결론낸 가운데, KBS가 해경 문건을 근거로 군이 사고 직후 해경에 ‘천안함 좌초’라고 통보한 사실을 보도했다. MBC는 암초 충돌 뒤 노후한 선박의 ‘피로 파괴’ 가능성을 제기했다.

KBS는 지난달 31일 <뉴스9> 7번째 리포트 <군, 사고 직후 해경에 ‘좌초’ 통보>에서 “KBS가 입수한 해경 문건에 따르면 해경은 해군 2함대로부터 ‘천안함, 밤 9시 30분쯤 좌초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좌초의 사전적 의미는 배가 암초에 얹혔다는 것을 뜻한다. 다수의 해군 관계자들 역시 좌초는 배가 암초에 부딪쳤을 때를 의미하는 용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KBS는 “해군이 당시 암초에 충돌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좌초라는 표현을 왜 썼는지가 의문”이라며 “실제 사고가 발생한 백령도 남쪽 해역에는 곳곳에 암초가 존재하고 있지만 군은 당시 교신 내용이나 사고 지점 좌표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 3월31일자 KBS <뉴스9>.  
 

KBS는 또 바닷 속을 3차원 입체 그래픽으로 재현해 암초 충돌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KBS는 11번째 리포트 <침몰 사고 해저 ‘기복 크고 암초 많아’>에서 “백령도 앞 해저지형은 높낮이 굴곡이 심하게 나타난다. 깊은 곳은 수심이 45미터가 넘지만, 얕은 곳은 1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며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가 가라앉은 바닥 수심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KBS는 “특히 백령도 해안 일대와 함수가 가라앉은 지점 우측으로는 암초지대가 자리 잡고 있다”며 “백령도 해안 초소에 있던 열상감시장비로 촬영한 화면을 보면 뱃머리가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천안함이 암초지대가 있는 곳에서 북서쪽으로 항해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KBS는 “해도를 보면 천안함은 수심 20미터 안팎의 비교적 얕은 해역을 지날 수밖에 없었다”며 “이 과정에서 천안함이 좌초됐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MBC는 지난달 31일 <뉴스데스크> 5번째 리포트 ‘암초 충돌·피로파괴 등 다른 가능성 없나?’에서 “천안함이 암초에 강하게 충돌한 뒤 선체 일부가 침수됐고 노후된 선체가 두동강 나면서 침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 3월31일 MBC <뉴스데스크>.  
 

MBC는 △구조된 승조원 58명 가운데 폭발에 의해 물에 적거나 화상을 입은 사람이 없는 점 △폭발시 통상 발견되는 부유물도 불에 탄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 점 △생존자들이 화약냄새를 맡지 못한 점을 근거로 제시한 뒤 “당시 천안함은 백령도에서 1마일 지점까지 접근해 암초에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MBC는 “애초에 사고지역에 암초가 없었다던 군당국의 설명과는 다르게 어제 해경 경비안전국장도 민주당 원내 대책회의에서 ‘해저 지도를 봤는데 사고해역에 암초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암초 충돌 가능성을 제기한 뒤 MBC는 “여기에다 천안함은 취역한 지 21년이 넘는 노후 함정이다. 오래된 선박의 용접부분이 파도 같은 충격에 절단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피로파괴”의 가능성을 함께 제기했다. 

그러나 SBS는 지난달 31일 <8뉴스> 리포트 <'천안함 침몰' 진짜 이유는?…시나리오별 분석>에서 “두 동강 난 천안함의 절단면이 반듯하다는 게 근거로 제시되지만 함체가 50cm 가량 공중에 떴다는 함장의 증언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외부 충격에 의한 ‘피로파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방송사들은 KNTDS(해군 전술통제 체제)와 파편이 향후 의혹을 풀 열쇠라고 지적했다.

   
  ▲ 3월31일 KBS <뉴스9>.  
 

KBS는 같은날 22번째 리포트 <‘KNTDS 시스템’ 의혹 규명 핵심 열쇠>에서 이 시스템에 대해 “해군 함정의 레이더, P-3C 대잠 초계기, 섬과 해안에 있는 레이더 기지가 포착한 모든 선박, 항공기 정보를 한 화면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이라며 “천안함이 레이더에서 사라진 위치와 시간, 암초 충돌 가능성, 북한 군의 개입 여부 등 각종 의혹을 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KBS는 “군 당국은 지난 2002년 제 2 연평해전에서 전사자가 발생하자 KNTDS 자료를 공개하며 상세하게 설명한 전례가 있다”며 교신기록과 함께 공개될 자료라고 지적했다.
SBS는 같은날 리포트 <'침몰 원인' 입증하려면?…확실한 단서는 '파편'>에서 “천안함이 기뢰나 어뢰 폭발로 침몰했다면 가장 확실한 단서는 폭발물의 파편”이라며 “함체 아래 수중에서 터졌든, 직접 타격으로 폭발했든, 기뢰나 어뢰는 파편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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