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하자 언론은 사고 원인으로 내부 폭발, 기뢰 충돌, 지형물 충돌 가능성과 함께 유력한 용의자로 북한을 지목했다. 사고가 발생한 26일부터 30일까지 침몰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의 ‘의심’은 짙어지고 있다. 물증보다는 심증이 앞서는 모양새다.

중앙은 지난 27일 3면 <배 밑바닥 구멍…북한군 도발이냐 함정 결함이냐> 기사에서 천안함 밑바닥에 구명이 생긴 원인 중 하나로 ‘외부 공격’을 꼽으며, “이 가운데서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북한에 의한 공격”이라고 봤다. “북한의 잠수정(함)이나 반잠수정에서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군 관계자의 발언이 근거다. 같은 면 <북한, 대청해전 패배 뒤 보복공언 도발 확인 땐 남북교류 전면 단절>에서는 “만약 북한의 공격으로 결론날 경우 남북 관계는 최고의 긴장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북한이 대청해전 패배 후 보복을 공언해왔다는 점에서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국도 이날 3면 <해군, 미확인 타깃에 경고 사격…어둠으로 구조난항>과 <북 기뢰피격? 내부폭발? 암초 충돌?>에서 북한군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부 언론이 북한 도발 가능성을 비중 있게 보도한 반면 같은 날 조선일보 <“함정 내부폭발이나 기뢰 충돌 가능성…교전은 아닌 듯”>, 한겨레 <사고지점 NLL서 먼 거리… 남북 교전 가능성 낮아> 등의 기사는 그 가능성을 낮게 봤다.

동아는 이날 3면 <이 대통령 사고접수 15분 만에 보고 접수 “생존자구조 최선 다하라”>에서 이 대통령이 사고 소식을 듣고 긴급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기사화했다. 사고 발생 15분 만에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지만, 30일 현재 군의 초기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사고 발생 나흘째인 29일, 이번엔 동아일보가 중앙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동아는 이날 6면 <북 3일째 침묵…무관해서? 무관한 척?>에서 북한을 천안함 침몰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동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북한이 처한 대내외 환경과 그 속에서 북한 지도부가 선택한 정책들을 살펴볼 때 이런 도발을 할 개연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의도를 짚었다. 물론 기사에는 북한 도발론에 대한 반론도 함께 담았지만 이는 아직 “결정적 단서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30일에는 조선일보가 나섰다. 조선은 이날 사설 <국가적 위기에 대한민국 저력 보여주자>에서 “천안함이 북한의 기뢰 또는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한 것이 사실로 입증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결정해야 할 고비를 맞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전시(戰時)에 준하는 국가적 위기도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설만 놓고 보면 당장 전쟁 준비라도 할 태세다. “…라면”이라는 심증에 찬 가정이 전쟁 공포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예다.

군은 이번 침몰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며 정보를 밖으로 내지 않고 있고 생존자들도 당시 상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종합적인 조사를 해야 나오니 그때까지 추측보도를 자제하고 기다려 달라’는 게 국방부 입장이지만, 언론은 ‘정보가 없으니 가능성 있는 사고 원인을 추측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다. 한 신문사 국방부 출입기자는 “정부가 국민이 궁금해 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다 보니 언론 대부분이 예비역이나 외부 전문가들에 의존해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언론사 국방부 출입기자는 “기뢰에 대해서는 군 내부에서도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다”며 “일부 언론이 가능성이 별로 없는 기뢰 쪽에 무게중심을 실으며 북한을 끌어들이는 것은 분명히 의도가 있는 보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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