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불법경품, 한 시민의 토로
신문 불법경품, 한 시민의 토로
"불법판촉 신문사보다 공정위가 더 문제”

지난 23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 원아무개(36)씨는 망원시장 근처를 지나다 한 남자로부터 신문 구독 권유를 받았다. 남자는 ‘신문을 보면 돈을 준다’며 봉투에서 만 원짜리 5장을 꺼내 펼쳐 보였다. 순간, 원씨는 며칠 전 아내가 근처에 새로 생긴 마트에 왔다가 똑같은 일을 당했다고 했던 말이 떠올렸다. 원씨 아내는 당시 “이거 불법 아니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가 “신고 할 테면 해 보라”며 인상을 쓰는 신문사 판촉 요원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고 했다.

원씨는 아내가 당했던 일을 떠올리며 남자에게 “이거 불법인 거 아시죠?”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이번달까지는 불법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어이없는 대답에 원씨는 “그럼 신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남자는 “그렇게 할 일이 없냐. 마음대로 하라”며 유유히 자리를 떴다.

불법 행위를 하고도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이를 지적하는 시민을 비아냥대는 행태를 보고 원씨는 기가 막혔다. 아내가 며칠 전 혼자서 저런 사람들에게 당했을 일을 생각하니 화도 났다. 원씨는 뉴스로만 접했던 신문 불법 판촉이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에 자신이 겪은 일을 신고해서 반드시 처벌받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원씨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를 담당하는 부서라는 점을 떠올렸다. 원씨는 공정위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답변은 판촉 요원들의 비아냥보다 더 원씨를 힘빠지게 했다.

   
  ▲ 지난해 10월 서울 잠실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신문지국 판촉사원이 상품권 7만원, 무료구독 1년 조건으로 정기구독을 권유하고 있는 장면. 김상만 기자  
 
먼저 공정위는 원씨가 겪은 일은 신문고시 위반으로 신고 접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불법 판촉의 증거물(현금 사진이나 구독 계약 영수증)을 원씨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어떻게 신고를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물증을 정확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신문을 구독해야만 물증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렇다. 하지만 구독신청을 하면 계약을 해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문 불법 투입’에 대해 물으니 “구독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집에 신문을 넣는 것은 불법이지만, 계약을 한 상태에서 신문을 배달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어떠냐”고 원씨가 묻자 “경찰은 그런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고, “요즘 이곳에 자주 판촉 요원들이 출몰하니 공정위가 한 번 나와서 현장 조사를 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에는 “공정위는 신고받은 것에 대해 조사를 할 뿐 임의로 현장조사는 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원씨는 답답한 마음에 자신이 겪은 일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랬더니 ‘구독 후 인증샷 후 고발=포상금’이라는 답글이 달렸다. 신고포상금제를 활용하라는 조언이었다.

원씨는 “불법 판촉을 하는 신문사도 문제지만 공정위가 더 큰 문제”라며 “세금이 아깝다”고 개탄했다. 불법 행위를 막아야 할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음으로써 신문고시를 말 뿐인 허울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들이 불법 판촉 현장을 신고하면 현장에 출동해서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 선례가 있어야 대낮에 함부로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일이 없어질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원씨는 “공정위가 이렇게 손을 놓고 있으니 판촉 요원들이 시민들을 위협하고 불법 행위가 활개를 치는 것”이라며 “신문사들 눈치 보느라 신문고시를 운용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다른 곳에 권한을 넘기는 게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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