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27일 부산 해운대 신세계 백화점에서 개최한 <열린음악회>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KBS 쪽은 고 이병철 회장 기념 음악회가 아닌데 협찬을 한 신세계가 초대권에 문제의 문구를 자의적으로 넣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KBS는 지난 27일 저녁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신세계 백화점에서 4월4일 방송 예정인 <열린음악회>를 녹화했다. 이날 <열린음악회>는 부산시와 신세계가 협찬해 진행됐는데, 신세계 백화점 등을 통해 무료로 배포된 공연 초대권에는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는 문구와 부산시와 신세계 로고가 찍혀 있어 공영방송이 특정 기업을 홍보해 준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백화점 체인을 갖고 있는 신세계는 고 이병철 회장의 딸인 이명희 씨가 운영하는 기업이다.

   
  ▲ 원전수주 특집으로 열린 KBS <열린음악회> 한 장면.ⓒKBS  
 
   
  ▲ KBS 열린음악회가 지난 27일 개최한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 티켓. 티켓 하단에 이 회장 기념 음악회라는 문구와 부산시, 신세계의 협찬로고가 박혀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올해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 임을 언급하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라면 사기업의 창업주가 아니라 안중근 의사 기념음악회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KBS 열린음악회 게시판에는 KBS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들이 쇄도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에는 비판 수준을 넘어 '수신료 거부'와 '삼성 축하방송 저지' 운동까지 거론되는 등 파장이 확산됐다.

그러나 KBS 쪽은 이번 열린음악회는 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가 아닌데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KBS 홍보실 관계자는 "문제의 티켓은 제작협찬을 한 신세계 쪽에서 제작한 것으로 '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이라는 문구도 신세계가 넣은 것이지 KBS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현장에서 일부 출연자가 고 이 회장 관련 발언을 한 것은 현장에서 나온 발언일 뿐 실제 방송분에는 이 회장과 관련한 어떤 자막, 발언도 방송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애초 기획취지와 상관 없이 신세계 쪽에서 문제의 문구를 초대권에 일방적으로 삽입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신세계 쪽도 "KBS와는 상관 없다.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신세계 홍보실 관계자는 "호암(이병철 회장의 호)의 프로모션 차원에서 열린음악회를 진행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며 "티켓의 문구는 우리가 넣은 것이며 KBS 제작진과는 카메라 앵글이 걸리는 쪽에는 고 이병철 회장과 관련한 어떤 현수막도 보이지 않게 한다는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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