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이용자들이 잇따라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를 받고 글을 삭제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doax라는 아이디를 쓰는 김재근씨는 지난 22일 "경기도 지사 선거와 관련, 원하는 단일화 방식을 말해주세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선관위(@nec3939)의 경고를 받았다. 김씨는 트윗폴(www.twtpoll.com)이라는 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설문 결과는 삭제되고 없는 상태다.

선관위는 "선거법 108조에 따라 여론조사를 하려면 조사지역과 일시, 방법, 표본오차율, 응답율, 질문내용 등을 함께 공표해야 한다"면서 김씨에게 글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선관위는 김씨의 글을 리트윗한 이용자들에게도 "'여론조사 결과 ○○○가 1위를 달리고 있다' 같은 내용을 전송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선거법 93조에 위배된다"며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회의실에서 '진실을 알리는 시민들(진알시)' 주최로 열린 트위터 토론회에서는 선관위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 쟁점은 과연 해외 사이트인 트위터를 규제하는 것이 가능한가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기가 애매한 부분이 많지만 애매한 건 조치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워두고 있다"면서 "사전 선거운동이 명백한 경우만 조치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법무법인 동서남북의 장유식 변호사는 "선관위는 트위터를 전자우편의 일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트위터는 전자우편과 기능이나 속성이 전혀 다른데다 수신자인 팔로워가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고 선거의 과열이나 혼탁으로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거의 없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트위터 규제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 법제과 윤석훈 과장은 "트위터를 전자우편으로 규정한 건 오히려 선거운동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다만 트위터의 폭발적인 전파력을 감안하면 이를 무제한 허용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 규제 기준은 선거법과 판례에 정해진 바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과장은 "핵심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느냐 여부"라면서 "단순한 의사표현은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 과장에 따르면 특정 후보자나 특정 정당을 지칭해서 정책을 평가하거나 관련 글을 전송하는 행위는 위법이 된다. 사안마다 다르지만 이런 게시물을 누가 왜 올렸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주 올렸는지 등이 판단 기준이 된다. 특정 후보와 관련된 내용을 선별해서 계속 리트윗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선관위는 게시물 작성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윤 과장은 "그렇다면 도대체 되는 건 뭐냐, 되는 걸 이야기해 달라"는 트위터로 들어온 질문에 "단순한 입장 표명이나 정치적 주의·주장은 허용되지만 누군가를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려는 의사를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을 때 이를 선거운동이라고 한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설득하는 그런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과장은 "1회라면 괜찮지만 여러차례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건 위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yedopr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트위터 이용자는 "설령 트위터 이용자가 선거법을 위반한다고 해도 이를 처벌할 방법이 있느냐"고 질문을 던져 윤 과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 이용자는 "트위터는 해외 서비스기 때문에 형사적 범죄자가 아닌 이상 단순히 정치적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를 요구할 방법이 없다"면서 "본인 확인을 할 수도 없고 삭제할 수도 없고 당연히 처벌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윤 과장은 "본인 확인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우선은 삭제를 요청하고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찾을 수 있는 데까지 찾고 그래도 안 되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거나 고발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과장은 현실적으로 트위터 규제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윤 과장은 "게시물을 삭제하는 게 아니라 이 글이 유포되지 않도록 막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군색한 해명을 했다.

실제로 트위터 이용자가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버티더라도 선관위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삭제하라고 계속해서 요청을 하고 선거법을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4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삭제하지 않을 경우 경찰에 고발을 하게 되지만 이 경우도 국내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본인 확인이 거의 불가능하고 고발 당사자가 본인이 아니라고 버티면 법적 처벌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

   
  ▲ 28일 진알시 주최로 열린 선거법 토론회 포스터.  
 
토론자로 참석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그렇다면 가짜 계정을 어떻게 단속할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노 대표는 "무상급식에 대한 글을 자주 올리면 어떻게 되느냐"면서 "정당마다 정책의 차이는 있지만 이건 선거와 무관한 쟁점인데 반복적으로 이런 주제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표는 "선관위는 트위터를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면서 "일단 트위터를 써보고 나서 규제 여부를 고민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선거일 180일 이전부터 13~20일의 선거운동 기간까지 사전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트위터 규제가 최근 논의되고 있지만 지난 대선 때부터 많은 블로거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받은 바 있다"면서 "사전 선거운동 제한을 풀고 표현의 자유와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과장도 "세계적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나라 많지 않다"면서 "앞으로는 사전 선거운동 제한을 서서히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윤 과장은 "선관위도 2003년부터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하자는 입장을 갖고 입법 제한을 하고 있는데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법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윤 과장은 "국가기관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책무라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윤 과장은 "경찰이 모든 신호등을 감시할 수 없는 것처럼 선관위도 모든 트윗을 감시할 수는 없다"면서 "자동 검색 시스템을 이용해 문제가 되는 게시물을 골라내는 방법을 쓴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불행하게도 선거법은 선거용 이슈일 수밖에 없고 일시적인 달아오른 뒤 선거가 끝나면 잊혀지는 것 같다"면서 "진지한 논의와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