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용맹성과 무모함은 큰 일이 벌어질 때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대형 사건, 사고가 났을 때 방송, 신문 등 매체에 따라 어떻게 보도하는가를 분석해보면 ‘신뢰할만한 언론’과 ‘신뢰해서는 안되는 언론’의 구분이 쉽다. 특히 북한 관련 보도에 관한한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와 ‘정정보도가 필요없다’는 해방감으로 제멋대로라고 할 정도로 무분별한 보도를 하는 일부 언론이 있다.

서해 백령도 서남쪽 1마일 해상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우리 해군 천안함(1천200t급)이 26일 밤 침몰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북으로부터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보도가 있었다.

칼럼니스트 유창선 박사의 ‘SBS의 북한공격 자막은 중대한 오보’라는 제목에 따르면, “SBS가 ‘북한의 공격’으로 초계함이 침몰했다는 자막을 내보냈다는 소식이... 그런데 이어서 MBN에서도 (자막의 정확한 표현은 확인할 수 없지만) 북한의 공격에 따른 침몰이라는 식의 자막이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때 북한공격설이 기정사실화되는 듯한 분위기가 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SBS와 MBN이 무슨 근거로 ‘북한공격설’을 주장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자막을 통해 이를 주장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또,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언론, ‘초계함 침몰’ 속보경쟁 신중해야” 제목의 기사에서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상반된 접근’을 하고 있다며 비교해서 보여줬다. 미디어 오늘은 “27일 오전 1시27분 현재 조선닷컴과 동아닷컴에 실린 관련 기사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조선일보는 <해군 ‘천안함’ 침몰…청와대 “북 공격 가능성 낮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메인화면 첫머리로 올렸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동아일보는 <[속보] “해군 함정, 침몰 중…북쪽 향해 엄호사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첫머리로 올렸고 <초계함 선미에 구멍, 공격 받았을 가능성>이라는 부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 보도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극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가 조선일보를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가 이런 보도에서도 현격하게 드러난다.

대다수 언론은 다행히 차분하게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를 기다려 사건 보도에 응했다. 군관련 보도에 관한한 한국내에서 취재가 제대로 되지않는다. 현장 접근에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통제도 심하기 때문에 특종을 한다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번 경우처럼 초계함이 침몰한 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공식적인 원인규명도 없었는데, 일부 언론에서 ‘북 공격’운운하게 되면 한반도 상황을 스스로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는 매우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반민족적 범죄보도를 한 결과가 된다. 설혹 추측 보도가 부분적으로 용인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추측보도는 국민과 국가를 위험에 빠트리고 자사의 상업적 보도의 마켓팅 효과만 노리는 위험천만한 제작행태가 된다.

한국 언론이 그동안 비행기, 헬리콥터가 떨어져도 하루 이틀만에 바로 ‘기체결함’ ‘조종실수’ 등 무모한 원인 진단을 전문가보다도 더 빨리 규정해온 관행이 있다. 초계함 침몰에도 정부의 공식발표에 앞서 ‘북 공격 가능성을 넘어 엄호사격’운운하고 있다. 불필요한 긴장감을 조성시키고 가뜩이나 심화되는 민족간 적대감을 더욱 강화하는데 언론이 앞장 서고 있는 꼴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보도를 통해 한반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상상이나 해봤는지 묻고 싶다.

대다수 언론이 ‘북 공격 가능성 낮다’고 보도하는데도 일부에서는 북을 끌여들여야 시선을 끌어 ‘매스컴 장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 잘못된 관행을 버리지못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 관련 보도는 어떤 악의적이고 왜곡된 보도도 용인돼왔다. 그들의 잘못이 있다면 얼마든지 비판해도 좋다. 그러나 공정과 정의, 진실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이 북한이라는 대상에 따라 ‘저널리즘의 본령’을 망각할 수 있다는 식의 편의적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도 아니고 군의 단순 사고를 ‘북의 공격’운운하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북과 관련하여 악의적인 보도를 반복하는데 대해 아무 대응도 징계도 없다는 현실이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언론사 내부 가이드 라인의 강화와 저널리즘의 양심 회복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