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밤 지상파 방송을 지켜보는 이들은 극과 극의 상황을 체험했다. 자정을 넘긴 시각 한  쪽 방송에서는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경기를 생중계했고 다른 방송에서는 ‘북한 도발’ 가능성이라는 자극적인 내용을 속보를 통해 내보내고 있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의문의 폭발로 가라앉기 시작한 시각은 26일 밤 9시45분이다. 탑승인원 104명 중 58명을 구조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인명 피해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다. 백령도 인근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지만 언론은 미확인 정보를 근거로 속보경쟁에 들어가 국민 혼란을 부추겼다.

주말을 앞두고 휴식을 취하던 시민들은 방송 보도에 충격과 걱정 놀라움을 금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놀란 마음으로 인터넷을 켠 이들은 더욱 충격에 빠졌을 것으로 보인다. [속보] [긴급]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이 언론사 명의를 달고 보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27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해군 초계함 서해 침몰>
국민일보 <104명 탄 해군 초계함 서해서 침몰>
동아일보 <해군함 서해 침몰…104명 중 40여명 실종>
서울신문 <해군 초계함 백령도 인근서 침몰>
세계일보 <104명 탄 해군 초계함 백령도 근해서 침몰>
조선일보 <1200t 초계함 침몰…해군 사상 최대 함정 참사>
중앙일보 <해군 초계함 침몰…104명 중 40여명 실종>
한겨레 <해군 초계함 서해서 침몰>
한국일보 <해군 초계함 폭발후 침몰>

   
  ▲ 조선일보 3월27일자 1면.  
 
조선일보는 27일자 1면 <1200t 초계함 침몰…해군 사상 최대 함정 참사>라는 기사에서 “26일 오후 9시45분쯤 서해 백령도 서남방 1.8km 해상에서 우리 해군 제2함대사령부 소속 초계함 한 척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사고로 침몰했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면서 “이 전투함의 폭발이 배 안에서 발생한 단순 폭발 사거인지, 북한군의 공격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팩트 전달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국민이 언론을 지켜보는 이유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알려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섣부르게 미확인 정보를 전한다거나 언론이 흥분부터 한다면 국민 혼란은 피하기 어렵다.

26일 밤 일부 방송 보도와 일부 언론 보도는 한반도 대치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신중함과 거리가 있었다. 관련 전문가들이 아닌 백령도 주민의 생생한 증언을 전한다면서 방송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전했고, 그들의 주장은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일부 언론 역시 인터넷 속보 기사를 통해 남북 교전가능성을 담은 기사를 내보내 국민 걱정을 가중 시켰다.

시민들 "언론이 정확한 소식 전해줬으면"

   
  ▲ 조선일보 3월27일자 2면.  
 
청와대와 국방부는 진상 파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당국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는데 언론이 먼저 치고 나온 측면도 있다. 문제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닐 경우이다. 경향신문은 2면 <심야 급보에 "무슨 일이냐" 시민들 가슴 졸여>라는 기사에서 “한 시민은 '어떤 뉴스는 북한 어뢰에 부딪혀 침몰, 어떤 뉴스는 자체 폭발, 어떤 뉴스는 조명탄 소리'라고 하는데 정확한 소식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는 시민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조선일보는 2면 <사고 원인 두고 설 난무…혼란 더해>라는 기사에서 “지상에서의 공격이 없었다는 해명에 따라 곧장 북의 어뢰 공격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 무렵 일부 언론에선 '북의 공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이 확실해 보인다'는 단정적인 보도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27일자 주요 아침신문들은 북한과의 교전 가능성은 낮다는 관계 당국의 얘기를 전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실관계 파악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국일보는 3면 <북 기뢰 피격? 내부폭발? 암초 충돌?>이라는 기사에서 “아직 군 당국의 정확한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군의공격으로 단언하는 것은 위험하다 암초에 부딪히는 등의 사고 또는 함정 자체 내에서의 폭발 등의 가능성도 지금 시점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언론 "남북 교전 가능성은 낮아"

   
  ▲ 한겨레 3월27일자 3면.  
 
한겨레는 3면 <사고지점 NLLL서 먼거리…남북 교전 가능성 낮아>라는 기사에서 “일단 남북해군 함정 간의 교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고 지점이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 북방한계선(NLL)에서 상당히 떨어진 남쪽 해상이기 때문이다”라며 “북한 함정이 북방한계선을 넘는 것은 바로 파악되기 때문에 사고 해역까지 북한해군이 들어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3면 <자체 폭발? 암초 충돌?…정부 원인규명 밤새 긴박>이라는 기사에서 “일각에서는 북측 어뢰나 함포 사격 등에 의한 폭발일 것이란 얘기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3면 <배 밑바닥 구멍…북한군 도발이냐 함정 결함이냐>라는 기사에서 “해군은 그러나 북한 해군이 쏜 어뢰에 맞거나 북한이 부설한 기뢰와 충돌했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어뢰에 맞거나 기뢰와 충돌하면 엄청난 폭발력에 의해 천안함이 두동강 나거나 순식간에 침몰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이 대통령 신속대응 부각

   
  ▲ 동아일보 3월27일자 2면.  
 
한편, 동아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속한 대응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는 2면 <이 대통령 사고 15분 만에 보고 접수 "생존자 구조 최선 다하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침수 사건을 보고받은 것은 사고 발생 15분 뒤였다.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오후 10시경 침수 보고를 받은 직후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