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6일 보수 신문에 천주교 주교회의를 비난하는 의견광고를 낸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의 실체를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 단체가 지난 2008년 촛불정국 당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촛불미사'에 대해 비난 광고를 게재했던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전국협의회'와 같은 곳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협의회쪽은 광고게재는 자신들이 한 것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당시 '천주교 평신도 전국협의회’는 ‘천주교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 ‘천주교(가톨릭) 뉴라이트 전국협의회’와 함께 <한국 천주교회는 더 이상 상처를 받을 수 없습니다>(2008년 7월7일자)라는 제목의 의견광고를 조선·중앙·동아일보에 게재했다.

천주교 뉴라이트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종교 조직으로 2007년 5월 창립됐으며, 김현욱 (사)국제외교안보포럼 이사장(전 한나라당 의원)이 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나머지 두 단체도 뉴라이트전국연합에 동조하는 천주교 보수·우익 단체로, 김 이사장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세 단체의 대표를 모두 맡고 있다.

누리꾼들이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을 ‘천주교 평신도 전국협의회’와 같은 곳으로 보는 근거는 김 이사장이 천주교 3단체가 사제단을 비난하는 의견광고를 게재하기 사흘 전인 7월4일 한 보수 인터넷신문과 한 인터뷰 때문이다.

   
  ▲ 2008년 7월7일 '뜻있는...모임' 등이 조선.중앙.동아에 게재한'촛불미사' 비난 광고.  
 
당시 프리존뉴스는 김 이사장을 ‘뜻있는 가톨릭 평신도 모임의 대표’로 소개하고 “교회법은 사제의 정치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정치활동을 하려면 사제직을 내놓고 해야 한다” 등 사제단의 촛불미사를 강하게 비난하는 김 이사장의 발언을 소개했었다.

이 모임이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을 때 사제단을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걸었던 현수막 문구도 누리꾼들의 ‘의혹 제기’의 한 근거다. 보수 인터넷신문 코나스는 2007년 11월27일 “천주교 평신도 모임회원들은 모임을 갖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공개질의서를 통해 사제직에 충실할 것을 권고했다”며 당시 입장 발표를 하는 모임의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진에 찍힌 현수막에는 ‘정의구현 사제단에 대한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들의 입장발표’라는 문구가 적혀 있으며, 코나스는 이 모임 대표를 ‘김현욱 전 국회의원’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김 이사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외교안보포럼의 최근 행보도 누리꾼들의 이같은 의혹 제기에 무게를 실어준다. 외교안보포럼은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관광호텔에서 ‘4대강 살리기 친환경적 추진방안'이라는 주제로 환경부 문정호 차관을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했다. 또, 코나스는 최근 포럼 자리에서 천주교 주교회의의 ‘4대강 반대’를 반박하는 천주교 원로 사제의 반박 칼럼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쪽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이사장쪽의 한 관계자는 "협의회는 이번에 의견광고를 낸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모임'과는 상관이 없다"며 "저도 광고 보고 깜짝 놀랐다. '(이름이 비슷해) 오해를 많이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저도 했다. (그러나) 협의회가 광고를 낸 것은 아니다. 그게 제 손 안 거치고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현욱 이사장이)평신도 중에서 국회의원도 하시고 천주교 일도 열심히 하며 선교 활동을 하시니까 이런 걸 낼 사람은 김현욱 의원뿐이라는 것은 추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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