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왜 신문에 광고를 낼까. 신문광고가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데도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광고를 나눠주며 언론을 관리해왔던 게 현실이다. 드러나지 않는 협찬이나 후원 명목의 지출도 상당하다. 언제까지 이런 어정쩡한 공생관계가 계속될 수 있을까. 방송광고는 아직 살아있지만 신문광고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상당수 신문사들은 생존의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강정수(사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해법은 언론사 내부에 있다”면서 “먼저 편집국 시스템을 혁신해야 하고 인쇄와 유통 비용을 확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언론이 기업과 소비자를 매개하고 그 대가로 광고를 받았는데 이제 기업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왜 우리가 신문사들이 윤전기 돌리는 돈까지, 전국에 깔린 지사와 지국 운영하는 돈까지 대야 하는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강 연구원은 “언론산업은 점점 더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가고 있는데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주식 시황이나 스포츠 경기 결과 등을 컴퓨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실험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보도자료를 활용한 기사를 지구 반대편 인도에 아웃소싱하는 시스템도 자리를 잡았다. 핵심인력을 심층취재와 분석기사에 투입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만약 모든 정부부처들이 보도자료를 RSS(Really Simple Syndication) 파일 형태로 공개 릴리즈한다면 정부 부처마다 기자들이 붙박이로 상주하지 않아도 된다. 경찰서에서 사건 사고를 공개 브리핑하고 소방서에서 화재 소식을 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면 상당수의 취재 인력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기자실의 장벽이 무너지고 누구나 뉴스 소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 기자들은 좀 더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취재영역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강 연구원은 서울신문이나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에 조중동을 닮으려 하지 말고 조중동과 전혀 다른 신문을 만들라고 제안한다. 조중동에게는 구태의연한 방송진출 보다는 전혀 다른 스토리 텔링을 고민하라고 제안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에게는 모든 국민을 끌어안으려고 하지 말고 지불 의사가 있는 특정 계층을 잡으라고 제안한다. 서로 다른 콘텐츠로 서로 다른 시장을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기업들이 언론에 의존하고 언론을 활용하겠지만 대안이 나타나면 곧바로 떠나갈 것”이라면서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강 연구원은 특히 모바일과 위치정보서비스(LBS)의 결합이 광고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비춰지는 이미지 광고가 줄어들고 특정 계층, 특정 지역의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하이퍼 로컬 광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소셜 뉴스도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지금까지는 언론이 무지한 국민들에게 정보를 요약·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 정보는 어디에나 넘쳐난다. 강 연구원은 “1 대 다수가 아니라 다수 대 다수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네트워크에 변호사들을 끌어들이고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끌어들이고 정치인들을 끌어들이고 입시생 부모들을 끌어들여서 그들이 직접 이야기를 하게 만들고 거기에서 가치있는 정보를 만들어내라는 이야기다.

강 연구원은 “언론이 빠진 가장 위험한 도그마는 독자들이 공짜를 좋아한다는 편견”이라고 지적한다.
강 연구원은 “오히려 독자들은 가치있는 콘텐츠를 갈망하고 있는데 그들이 돈을 지불할 수 없게 만드는 낡은 시스템이 가장 큰 적”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핵심은 독자들에게 좀 더 가치있는 콘텐츠를 읽고 싶도록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데 있다.

강 연구원은 뉴스 시장이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는 조중동이나 MBC와 KBS,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을 소비했지만 앞으로는 철저하게 이슈 중심, 어젠더 중심으로 소비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에서 유입된 독자들 페이지뷰가 훨씬 높다는 사실도 이를 반증한다. 자전거 경품으로 만든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시의적절한 이슈와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사가 독자를 확보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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