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 것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 회장의 복귀는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떠안고 가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며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이 스스로는 개혁이 불가능한 집단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것"이라고 지적했고 경제개혁연대는 "도요타 사태와 같은 불행한 상황을 예방하기보다는 오히려 반대로 그러한 가능성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는 이 전 회장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첫째, 경영쇄신안에 직무와 연관이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신한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 사장 출신의 이인호씨를 임명했는데 삼성의 차명계좌를 관리했던 신한금융투자와 무관하자 않은 인물이다. 둘째, 경영 합리화를 명분으로 해체됐던 전략기획실이 복원될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참여연대 이송희 팀장은 "현재의 글로벌 전자시장은 오너 1인의 비정상적 기업지배를 위한 통제와 관리라는 구시대적 경영으로는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환경"이라면서 "전략기획실 부활은 삼성에게 기회가 아닌 위기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의 지배구조의 문제를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외부와의 소통 부재, 둘째, 폐쇄된 의사결정구조다.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생략해 왔고 전략기획실 소속의 이른바 가신들에 둘러싸여서 왜곡된 정보 하에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려 왔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의 의사결정이 잘못됐을 때 그것을 조기에 포착하고 수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삼성의 지배구조상의 문제는 삼성의 사업상의 위험을 제어하기보다는 오히려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삼성그룹 경영쇄신안 이행 내용. ⓒ경제개혁연대 정리.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에 따르면 삼성 사장단협의회가 이 전 회장의 복귀 요청 건의문을 작성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지난달 24일 이 회장에게 전달했고 이 전 회장이 한 달 가까이 고심한 끝에 23일 수락했다. 최근 일본 도요타 사태를 겪으면서 사장단이 겪는 위기감이 상당했던데다 이 회장 퇴진 이후에도 여전히 이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만큼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삼성그룹 공식 트위터(@samsungin)에 ""지금이 진짜 위기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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