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가 조계종 직영사찰로 전환하게 된 과정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이 22일 현장에 참석했다가 이 말을 전해준 김영국 거사 뿐 아니라 자승 총무원장도 자신에게 안 대표의 말을 직접 설명했다고 밝혔다.

명진스님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상수 원내대표와 자승 총무원장이 지난해 11월13일 프라자호텔 식당에서 만나 나눈 대화내용을 들은 당시 동석자(김영국 거사)가 자신에 와서 내막을 전해준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스님께서 좀 조심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앉자마자 (안 원내대표가) '강남의 부자 절에 좌파주지를 그렇게 놔두면 되겠느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그 정도로 얘기할 것 같으면 다른 곳에서도 많은 압력을 받을 것인데 스님이 말씀을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집권당이나 지금 권력에 대해서 비판하는 걸 좀 삼가해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저한테 와서 (김 거사가) 충고한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래 알았다, 내가 너무 날선 비판을 해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가보다' 하고 무심하게 넘겼습니다.

   
  ▲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명진스님은 같은달 30일 자승 원장이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해 만났다며  "(그때)자승 원장은 '안상수 원내대표가 좌파 주지 운운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버지도 육군병장으로 제대하셨고 저도 육군병장으로 제대했고 군 복무 중에는 제가 맹호부대로 월남까지 갔다 왔고, 동생은 스무 살에 해군에 자원입대해서 훈련 받던 중에 순직을 해서 지금 동작동 국립묘지에 이렇게 묻혀 있는데 내가 왜 좌파냐, 그 사람 컵에 든 물이라도 끼얹어주지'라고 하면서 웃었다"고 전했다.

명진스님은 "그러고 난 뒤에 여러 가지 정황들이 흘러가는데 갑자기 봉은사를 직영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입안한 사람이 없고, 종무원들도 전부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명진스님은 직영 전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가 (봉은사에) 와서 80억대였던 예산이 지금 130억대가 됐는데, 조계종 어느 사찰도 그렇게 신도가 늘거나 예산이 늘어난 절이 없다"며 "다만 봉은사를 직영으로 해서 여기 들어오는 수입을 총무원으로 그냥 직접 가져가겠다는 건데, 우리는 (일종의 세금인) 분담금도 많이 내고 있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거나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직영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과 관련해 명진스님은 "자승 원장이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했다"며 "내가 '귀신이 씐 거요?'라 물으니 자승 원장이 '아마 그때 귀신이 씌었나 봅니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명진 스님은 "(원장 스님이) 이렇게  얘기할 정도면 외부의 압력이 아니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승 원장 "죽을 죄 졌다, 입 열개라도 할 말없다"

명진스님은 "그 자리에 배석한 김영국 거사가 조만간에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며 "만약 제 말이 근거없는 허황된 얘기였다고 판단이 된다면 저는 조계종에서 승려생활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명진스님은 또 안상수 대표가 자신을 모른다고 해명한 것을 두고 "어제도 거짓말을 했다, 저를 전혀 모른다고 했는데 저는 안상수 대표를 잘 안다"며 "10여 년 전 제가 자승 원장이 연주대 주지로 있을 때 연주대에 제가 선원장으로 있었고, 안상수 원내대표는 과천지역 국회의원이어서 초파일행사 때마다 올라와서 거기서 식사를 같이 하고 저하고 개인적인 사담도 나눈 적 있다"고 반박했다.

명진스님은 "너무 잘 아는 사이인데 '명진스님이라는 스님을 알지도 못한다'고 한다면 머리가 아주 나쁜 사람이고 또 옛날에 저를 알고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면 그건 기억력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안 대표가 거짓말하는 사람이라고 판단이 된다"고 비판했다.

   
  ▲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홈페이지  
 
"모든 걸 다 걸고 얘기…'날 모른다'? 안상수 대표 거짓말"

명진스님은 '직영사찰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너무 커서 감정적으로 대처한 것은 아니냐'고 묻자 "봉은사 주지직이나 승려생활에 대해서도 '부처님 말씀대로 살면 되지 꼭 중이어야지 되는가' 이런 생각도 한다"며 "그걸 저는 다 걸어놓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거듭 사실이라 확신한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찬성 49, 반대 21의 무기명비밀투표로 봉은사의 직영전환이 결정돼 외압의 여지가 없다는 조계종의 반박에 대해 명진스님은 "깊은 조계종 내부의 계파 간 합종연횡 등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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