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책임을 방기한 중앙의 자발적 침묵

지난주 천주교에서는 4대강 사업 반대 입장을 연이어 냈다. 8일 주교 5명을 포함해 총 1106명의 사제들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전국 사제 선언'을 했다. 천주교 사제들의 행보는 87년 민주화항쟁이후 최대 규모라는 것에서 우리 시대 강의 위기와 그 위기를 바라보며 고뇌하는 성직자의 심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어서 12일 천주교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심각한 우려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천주교의 공식입장으로 정부가 강력히 밀어붙이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명확한 반대를 선언한 것이다.

천주교 성직자들의 선언에 대해 언론들은 즉각 반응했다. 한겨레와 경향 등은 관련 내용 및 향후 미칠 파문까지 언급하며 자세히 보도했다. 스마트폰과 트위터로 대표하는 소셜미디어들도 성직자들의 의로운 결단에 감사하며 부실한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모으고 있다.

   
  ▲ 지난 8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사제들이 어린 모종과 선언문을 들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윤창원 CBS 기자  
 

"천주교 주교회의 4대강 발표, 동아 중앙은 단신 처리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소위 메이저 언론이라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오히려 '전국 사제 선언'에 대해 동아는 기자 칼럼에서 '성직자의 4대강 반대는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식의 본질과 상관없는 지적을 했다. 주교회의 발표에 대해서는 동아와 중앙은 아예 단신 처리조차 하지 않았고, 조선일보만이 4대강 반대 선언에 대한 의미 해석을 최대한 줄인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의 이날 기사에 "벙어리 삼룡이란 소리는 안 듣겠군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4대강 사업의 추악한 진실을 외면하는 보수언론의 행태를 비아냥거리는 댓글이다.

천주교단의 선언에 대해 16일 중앙일보는 <'4대강' 그동안 뭘 했기에 주교단까지 반대하나>라는 사설을 냈다. 중앙은 그간 자신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했다고 하면서 "정부가 그동안 뭘 했기에 국내 최대 종파 중 한 곳이 반대할 정도까지 갔는가"라며 정부의 소통 부재와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앙은 "정부가 그동안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만 심어줬다. 국책사업이라면 반드시 받아야 할 예비타당성은 물론, 환경영향평가 조사 등을 대충대충 넘겼다. 수리모형실험을 제대로 하지 않아 비판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정부가 '임기 내 완공'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초래했다"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4대강 사업의 일정도 과감히 늦춰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지적에 공감이 가는 것도 있다. 사실 정부가 입때껏 보여 준 것은 오로지 제어장치 고장 난 불도저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 일정도 늦춰야 한다는 것도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만 짚고 갔으며 한다. 중앙이 "과감히 늦춰야 한다"고 까지 말한 4대강 사업에 대해 정작 중앙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그동안 뭘 했나를 말이다.

   
  ▲ 3월16일자 중앙일보 사설.  
 

"눈 감고 있었지. 게다가 귀까지 막았어"
 
평소 알고 있던 언론사 지인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해 조중동 등은 뭐 하냐'를 물으니 대뜸 하는 말이다. 사실 물어 볼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보수 대논객이라는 중앙대 이상돈 교수마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라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의 책임 방기를 비판했을 정도니 말이다. 올해 들어 전국의 4대강 공사 현장에서는 수많은 전문가와 시민사회 진영, 야당이 우려했던 문제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날마다 누런 황토물이 강으로 밀려나와 전국의 상수원을 위협함에도 중앙 등을 비롯한 언론들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오탁 방지막이라는 정부의 수질 대책이 애초부터 처리 효율이 30%도 되지 않아 수질 오염 저감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작년 국감 등을 통해 드러났지만 현장 취재는커녕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이 보내주는 보도자료 조차 무시하던 것이 중앙 등 보수언론이다. 그 뿐인가? 낙동강에서 중금속 성분이 나와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한강에만 있는 멸종위기종이 사라져도 중앙일보 등은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중앙의 16일 사설을 보면 4대강 사업의 심각한 부실함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중앙은 "국책사업이라면 반드시 받아야할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조사 등을 대충대충 넘겼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사전에 특정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해 예산 낭비를 줄이는 제도로서 그 실효성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는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 등이 있는데 사업 시행 전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한 후 최대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저감토록 규제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것을 대충대충 넘겼다면 그만큼 4대강 사업이 결정적 하자가 있고, 부실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는 침묵했다. 정권은 국민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중앙일보는 자발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주장하기 앞서 4대강 현장을 둘러보길 권한다"

   
  ▲ 24시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여주 강천보 건설현장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중앙일보의 오류는 '자발적 침묵'만이 아니다. 16일 중앙의 사설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론 속에는 수용키 어려운 억지 주장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들의 반대는 지방자치단체 선거 등을 겨냥한 정치 공세적 성격이 강하다고 불 수 있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중앙이 말하는 "수용키 어려운 억지 주장"이 무엇인지 사설만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6.2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 공세라고 하는데 이 역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중앙은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의 억지 주장과 정치공세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혔어야 했다.

사설을 이리 써도 되는지 싶다. 중앙 역시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정부처럼 중요한 지점을 대충대충 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전문가 집단과 계속 교류하면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중앙은 2009년 11월 10일 자 사설 <4대 강 착공 … 수질오염 우려 씻고 후세를 위하여>에서 "반대론자들의 주장 중엔 경청할 대목도 적잖다고 본다. 정파적 논란이야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의 객관적이고도 건강한 지적까지 내쳐선 곤란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 전문가들의 지적은 객관적이고 건강하고, 시민사회와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이며 '억지주장과 정치공세'라는 것인가?

   
  ▲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대안정책국장  
 

중앙이 이리 주장하기에 앞서 4대강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길 권한다. 심각한 하자가 있어서 부실한 4대강 사업의 현장이 어떤 모습인지 현장을 보고 주장할 것과 비판할 것을 입에 담으라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란 말이 있다. 중앙일보와 보수 언론은 자발적으로 '시누이' 역할에 매우 충실하다. 중앙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국민적 분노와 역사적 책임을 어찌 감당할지 걱정이다.

다시 한 번 부탁한다. 책상에서 말고 4대강 현장을 둘러보고 그곳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이야기 해 주길 말이다. 그것이 미운 시누이가 아닌 우리 사회의 건강한 언론으로서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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