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에번 람스타드 기자가 기획재정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저조한 이유가 룸살롱 같은 남성 중심의 직장 회식 문화 때문이 아니냐”고 질문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조선일보 강경희 경제부 기자가 “질문의 알맹이는 경제 정책의 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이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우리 사회의 중대 과제들”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 기자는 17일 조선일보에 게재한 칼럼 <여성에게 '룸살롱 문화'보다 더 높은 장벽>에서 람스타드 기자의 질문에 대해 “ '룸살롱'으로 표현되는 '접대·향응 문화', 그리고 '여성의 낮은 고용률'이라는 문제를 엮어서 제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정부 김영민 외신대변인은 앞서 지난 16일 조선에 기고한 글에서 람스타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하지 않았을 질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조선일보 3월17일자 35면.  
 
강 기자는 “얼마 전 20대 기자 지망생들에게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여학생이 절반을 훨씬 넘었다”며 “아직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20대들조차, 람스타드 기자가 윤 장관에게 했던 것과 비슷한 질문을 걱정스럽게 던졌다”고 밝혔다.

강 기자는 “사회생활 19년째인 선배 입장에서 나는 ‘재정경제부(현재의 기획재정부) 같은 남성 중심의 경제 부처도 두루 출입해 봤는데, 우리 사회의 접대 관행이나 음주 문화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여성들이 일하기가 훨씬 나아졌다’고 안심”시켰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막연한 불안을 속 시원하게 씻어내 주지는 못했다”고 털어놨다.

강 기자는 이어 “가뜩이나 OECD 평균보다 낮던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불황의 여파로 지난해 더 떨어져 50% 밑으로 내려갔다”며 “(람스타드 기자가)그 질문을 한 날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로 “여성의 낮은 고용률에 대해, 장관이 보다 깊이 있게 원인을 설명하면서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룸살롱' 운운한 것에 대한 대응만 해도 그렇다”며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각국의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가 “조사가 시작된 1995년 이후 4~5점대를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공공 부문의 청렴도는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이어 “다소 거친 표현의 질문에도, 장관이나 고위 공직자라면 ‘부패의 온상이 되거나 음험한 뒷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공무원 접대·향응에 대해 정부는 이런저런 법적·제도적 대응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공무원 윤리 규정을 더 강화하겠다’고 정부 의지를 강조하면서 대외 신뢰도를 높여가고, 공무원들에 대한 구두 경고도 거듭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저 무례한 외국기자의 도발적 질문으로 넘길 게 아니라 윤 장관도, 기획재정부 공무원들도 '우문'에서 '현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강 기자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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