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공적 관심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해야할 방송사들이 많은 궁금증을 낳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독도발언 진위는 외면하고 부산여중생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에 대해서만 며칠 째 많은 시간을 할애해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씨에 대해서는 김씨가 조사를 받으면서 자장면을 먹고 담배를 여러 개피 피웠다는 얘기나 과거부터 은둔형 외톨이였다는 얘기, 창밖 풍경까지 내다보는 여유로움을 드러냈다는 본래의 수사 외적인 내용까지 리포트로 내보내 과도한 '김길태 우려먹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SBS는 13일 <8뉴스> 5번째 리포트 '"감정없는 냉혈인간"'에서 김철권 동아대 정신과 교수의 말을 빌어 김씨가 "감정이 없는 냉혈인간 같았다"고 전하면서 "창밖 풍경마저 내다보면서 여유로움까지 보였다"고 리포트했다.

MB 독도발언 외면하는 방송3사, 김길태 일거수 일투족 '맹추적'?

   
  ▲ 13일 밤 방송된 SBS <8뉴스>  
 
김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앞서서 보도한 곳은 MBC였다. MBC는 지난 11일 <뉴스데스크> 5번째 리포트 '태연한 김길태'에서 "김씨는 붙잡힌 뒤 자장면과 담배를 요구했고 휴식도 마다한 채 조사부터 받겠다고 호기를 부렸다"며 김씨의 행동거지가 태연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MBC는 잠부터 자라는 경찰의 권고에 김씨가 "조사부터 하자"고 한 것에 대해 "호기를 부렸다"고 했고 요구사항도 많았다고 뉴스를 이어갔다.

"어제(10일) 저녁에는 자장면이 먹고 싶다며 시켜 달라고 해, 한 그릇을 비웠고, 조사 도중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고 하는가 하면 '담배를 달라'고 요구해 3-4 개비를 피우기도 했습니다. 조사가 끝난 뒤 김길태는 오늘 새벽 4시간 정도 잠을 잤고, 오전 8시쯤 아침식사로 배달된 한식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 8번째 리포트 '범죄 예고하는 '김길태 낙서''에서는 김씨의 살해혐의와 상식적으로 그다지 연관성이 보이지 않은 낙서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MBC는 "김씨의 방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낙서들이 발견됐다"며 그가 심리적으로 얼마나 불안한 상태였는지를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창밖 바라보는 여유로운 김길태…자장면·담배요구한 김길태…"

   
  ▲ 지난 1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 지난 1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MBC는 리포트에서 "김씨가 외출도 않고 밥도 양부모가 갖다 줘야 먹을 정도의 폐쇄적 생활을 했다"며 "TV도 없는 방안에서 김 씨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MBC는 회전식 침대라고 표시돼있는 네모난 구조물이 그려진 김씨의 낙서와 변기가 그려진 낙서를 차례로 보여줬다.

MBC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그림들은 폐쇄적인 성격의 김씨가 항상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증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하면서 "폐쇄적인 생활을 하면서 항상 불안감을 느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MBC의 보도행태는 다른 방송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SBS는 12일 <8뉴스> 두번째 리포트 '"할 말 없다" 모르쇠'에서 김씨가 입을 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김길태의 당당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며 "경찰에게 자장면 등 수시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요구하는가 하면, 심지어 담배를 요구해 피우기도 했다"고 방송했다. SBS는 "오히려 수사를 하는 경찰이 더 긴장하는 모습"이라며 "김길태가 화장실을 갈 때면 경찰 5∼6명이 함께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 지난 1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KBS는 12일 <뉴스9> 5번째 리포트 '"형사들이 왔다"'에서 김씨가 은거하던 옥탑방 벽에 씌어진 낙서로 리포트했다. KBS는 "도피 중에도 경찰 움직임을 꿰뚫고 있었던 거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는 "지난 3일 김길태가 숨어있다 수색중인 경찰을 따돌리고 달아난 폐가에서 성인 남성의 가슴 높이에 연필로 '형사들이 왔다'고 휘갈겨 쓴 낙서가 눈에 띈다"며 "낙서의 내용과 연필로 쓴 낙서인데도 흐려지거나 뭉개짐이 없다는 점에서 최근 쓰여진 것으로, 김길태가 형사들과 마주치고 도주한 뒤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 은신했을 가능성도 제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낙서 발견! 폐쇄적인 성격, 불안감 사로잡혔단 증거"?

이런 보도는 실제 김씨가 범행을 했는지를 밝히는 데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보다는 '인간 김길태'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 뒤쫓기 수준의 선정적인 보도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방송 메인뉴스에 이런 뉴스를 내보내는데 혈안인 반면 방송사들은 정작 최근 시민들이 방송해줄 것을 열렬히 요구하고 있는 2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 진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지난 2008년 7월의 사건임에도 이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겠다는 일본 총리의 주장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는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가 허위인지 여부에 대해 재판중이지만 당사자인 요미우리측이 최근 자사의 보도가 사실이라는 준비서면을 법정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 지난 12일 방송된 KBS <뉴스9>  
 
방송사, 특히 MBC의 뉴스 홈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에는 '김길태 이제 그만하고 독도 진위 좀 밝혀달라'는 청원성 글이 점점더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하루에만 MBC 뉴스 게시판엔 160여 건의 청원글이 올랐고, 지금까지 모두 560건 넘는 독도 보도 청원 요구가 MBC 뉴스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누리꾼들 "이제 김길태 얘기좀 그만하자…MB 발언 물타기하려나"

아이디 WJDGORMS13는 "제발, 김길태 얘 이야기는 그만"이라며 "MBC가 김길태의 형을 집행하는것도 아닌데"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이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 글도 있었다.

"왜 국민들이 MBC와서 이런 요구를 하겠습니까? 언제부터인가 MBC뉴스만 시청하고 있습니다. 왜 국민들이 MBC와서 이런 요구를 하겠습니까? 믿기 때문입니다. 제발 언론의 중심으로 우뚝 서 주십시요. 믿어줄 때 잘해 봅시다."(아이디 moolpym)

이에 반해 아이디 TJKH0221는 "이거 MBC관계자들이 보기나 할까"라며 "시청자 의견은 왜 만들어났데, 이렇게 수많은 요청글에도 꿈쩍하지 않고 …각하의 비유를 맞추기 위해 김길태로 도배를 해야지"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MBC 하루에만 독도발언 보도 청원 폭증 "MBC 믿으니 이런 글 남기는 것"

   
  ▲ 13일 밤 9시 현재 MBC 뉴스홈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  
 
아이디 aa2008는 "수십명 연쇄 살인사건보다 1사람 죽인것 더떠든다"며 "뭘 물타기 하려고 하는지, 그토록 일본에 대하여 관대한 이유는 뭔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아이디 POLO2303도 "MB독도관련기사나 자세히 보도좀 해주지 김길태 질린다"며 "김길태 일거수 일투족 짜장면을 먹고 샤워를하고 눈물을 보이고 세세한것까지 보도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방송 3사는 지난 12일 밤 메인뉴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재산 330억여 원으로 장학사업을 하는 청계재단은 첫번째 장학생으로 국가유공자, 다문화 가정 자녀와 소년.소녀 가장 등 451명의 중고등학생을 선정했다고 밝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나란히 단신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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