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각 사 편집 책임자에게 물어봤다 "왜 보도 않으냐"고
각 사 편집 책임자에게 물어봤다 "왜 보도 않으냐"고
"그게 주요 뉴스인가?"…"요미우리 일방 주장일 뿐"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 의혹과 관련해 포털사이트에 오른 국민일보의 온라인 기사 댓글이 5만 개를 넘어서는 등 누리꾼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주요 신문과 방송은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의 보도책임자들에게 MB 독도발언 보도에 소극적인 이유를 들어봤다. -편집자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 논란은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008년 7월15일 당시 일본 후쿠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과정을 보도하면서 후쿠다 수상이 “(독도의 일본명인) 다케시마를 (교과서 해설서에)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통보하자 이 대통령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는 의혹이다.

“(요미우리신문) 보도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상당 부분 동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1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논설실장 칼럼 일부이다. 언론도 요미우리신문에 보도된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보도가 사실이라면 말 그대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이다. 요미우리신문 보도가 사실인지, 오보인지 따져야 하는 이유이다.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관심은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사실관계를 파헤치는 역할은 언론의 몫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공동기자회견. ⓒ연합뉴스  
 
문제는 최초 보도한 국민일보와 일부 인터넷신문을 제외하면 주요 언론 대부분이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이 눈과 귀를 스스로 가리는 동안 수많은 누리꾼 사이에서는 MB 독도발언 논란이 폭발적인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언론은 왜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미디어오늘이 주요 언론사 보도 책임자들에게 의견을 구한 이유이다. 임창건 KBS 보도국장은 “관련부서장에게 보고를 못 받았고, 실체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여서 추후에 정확히 보고를 해달라고 한 상태"라며 "인터넷으로는 주요 뉴스인지 모르지만 그게 주요뉴스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차경호 MBC 보도국장은 “내용 (진위여부)를 잘 모른다”며 “회의 때도 논의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차 국장은 뉴스가치와 관련해 “그게 그렇게 중요한 사안인지는 모르겠다”며 “요미우리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BS 보도국 관계자는 “우리는 좀 더 내용을 알아보고 판단할 생각”이라며 “소송이 진행중인데 일방이 제출한 자료이며, 아직 원문을 확인하지도 못한 상태여서 내용을 알아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박노황 편집국장은 “정상회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된 것 같다”며 “요미우리 신문이 당시 한국정부에 사과를 했다고 하고, 이번에도 한일 양국이 모두 부인하는 상황에서 확실한 증거 없이 쓰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겨레 김종철 정치부문 편집장은 “2008년 요미우리신문 보도 이후 이 대통령 발언의 진위 논란을 이미 다뤘었다”며 “이번에 요미우리가 법원에 제출한 서면답변 내용은 당시 요미우리가 밝힌 주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고, 한겨레가 보도했던 것에서 더 나아간 팩트(사실)가 없어 상황 변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양권모 정치부장은 “요미우리 보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데 요미우리가 제출한 준비서면을 봐도 당시 보도가 사실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 부장은 “요미우리 준비서면에는 누구한테 들었는지 조차 없다”며 “청와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할 길이 없다. 요미우리 보도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이익수 편집국장은 “관련부서에서 판단한 것이고, 우리 판단에 대해 설명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밝혔고, 오병남 서울신문 편집국장도 “해당부서(국제부)에서 판단한 것이며, 데스크회의에서도 큰 이슈가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언론사 보도 책임자들이 밝힌 MB 독도발언 보도 외면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보도 가치를 느끼지 못하거나, 사실관계를 알 수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거나, 진전된 팩트가 없다거나, 실체를 알 수 없다거나 등의 이유이다.

언론사 보도 책임자들이 이러한 이유 때문에 보도를 외면하고 있는 게 타당한지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요미우리신문 보도가 오보라면 대한민국 대통령과 언론, 국민을 우롱하는 보도 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영토(領土)의 보전(保全)’이라는 대통령 책무(責務)를 적시한 헌법 제66조 2항 위반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독도문제라는 중대한 국가적 이슈가 언론에 의해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이명박 정부가 방송과 언론 장악을 마당에, 일종의 보도 통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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