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의 독도 표기문제에 대해 한일정상회담에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는 요미우리신문측의 입장이 최근 나왔지만 신문사들 뿐 아니라 공적 책무가 강한 방송사들조차 보도하지 않아 권력에 불편한 뉴스를 다루지 않으려는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

방송 3사 요미우리 MB 발언 보도 왜 안하나

국민일보가 지난 10일자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요미우리신문측의 준비서면을 첫 보도한 이후 12일 현재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TV 3사는 메인뉴스에서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

다만 MBC와 KBS는 각각 지난 10일 오전과 저녁 단신형태로 온라인('"요미우리, 이 대통령 독도 발언은 사실" 주장', "MB 독도 발언 보도는 사실"')에만 기사를 출고했을 뿐 <뉴스데스크>와 <뉴스9> 등 저녁 메인뉴스를 포함한 주요 뉴스코너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특히 MBC는 지난 2008년 7월15일 요미우리 보도로 논란이 됐을 때 <뉴스데스크> 4번째 뉴스를 통해 무려 2분18초짜리의 긴 리포트를 방송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룬 바 있다. 

   
  ▲ 지난 2008년 7월15일 방송된 KBS <뉴스9>  
 
SBS는 <8뉴스> 등 메인뉴스 뿐 아니라 뉴스 홈페이지에도 관련 기사를 올리지 않았다. 반면, 방송 3사는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씨가 검거된 지난 10일부터 연일 김씨의 수사 속보와 검거 과정, 얼굴 공개 등의 내용을 톱뉴스를 포함해 7건(SBS)에서 많게는 12건(MBC)의 리포트로 뉴스 절반을 도배하고 있다. 흉악범 소식이 국민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관심사이지만, 독도 영유권과 관계된 대통령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현상에 대해선 일체 외면하는 태도는 쉬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송사 보도국 책임자들은 "중요한 뉴스인지 잘 모르겠다"거나 "사실관계를 더 파악해봐야 한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임창건 KBS 보도국장은 "관련부서장에게 보고를 못받았고, 실체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여서 추후에 정확히 보고를 해달라고 한 상태"라며 "인터넷으로는 주요 뉴스인지 모르지만 그게 주요뉴스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KBS의 한 기자는 "일부 보도가 나와 데스크 지시로 뒤늦게 확인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양측의 주장을 들으려면 변론기일(17일)에 하는 게 나을 듯해서 그 때 리포트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MBC "일방의 주장일 뿐…주요뉴스인지 의문"
SBS "사실여부 정확히 파악한 뒤 판단"
 

   
  ▲ 지난 2008년 7월15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차경호 MBC 보도국장은 "내용 (진위여부)를 잘 모른다"며 "회의 때도 논의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차 국장은 뉴스가치와 관련해 "그게 그렇게 중요한 사안인지는 모르겠다"며 "요미우리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MBC 정치1부장은 "다른 언론사도 청와대 기사는 없는 것 같다"며 "사실관계에 대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BS 보도국 관계자는 "우리는 좀더 내용을 알아보고 판단할 생각"이라며 "소송이 진행중인데 일방이 제출한 자료이며, 아직 원문을 확인하지도 못한 상태여서 내용을 알아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통 문제도 아니고, 헌법을 위반했느니 마니 하는 상황인데, 정확히 따져보고 다뤄야할 조심스러운 기사가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부 기자들이나 학계에선 공공성이 큰 지상파 방송 뉴스에서 국민적 관심사가 클 뿐만 아니라 영토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 지나치게 권력에 눈치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12일 "이 뉴스를 메인뉴스에 내보내지 않은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력 불편한 뉴스 꺼리는 것"

박수택 SBS 해설위원은 "언론이 이를 보도하지 않는 것은 보도책임자들의 판단이 어떠한가를 드러내는 사례"라며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과거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웬만한 언론들은 대부분 통렬하게 보도했고, 심지어 일본 특정 관료의 망언시리즈도 보도한 전례가 있는데, 이번 사안은 대통령과 국민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진상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권력에 불편한 내용에 대해 자기검열을 하려는 것 아닌가 되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2008년 7월15일 방송된 SBS <8뉴스>  
 
최성원 KBS 노동조합 공정방송실장도 "영토권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당연히 다뤄야하는데 그냥 인터넷판으로만 단신처리한 것은 면피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뉴스 밸류 판단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향후 조사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MBC 보도국의 한 중견기자도 "요미우리 보도가 잘못이면 우리 정부가 직접 소송을 걸어야 할 일인데, MBC 이 문제가 있을 땐 적극 대응해놓고 요미우리에 대해서는 해명도 제대로 않는 것을 언론이 알면서도 아무런 보도도 하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에 부담되는 리포트를 안하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국민관심사 적극 알리는 것이 방송의 공적책무"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김장훈이나 반크가 뉴욕 등지에서 활동하면 다 보도해온 것을 비춰볼 때 다른 사람도 아닌 국가원수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면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더욱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며 "더구나 방송의 경우 공적책무가 부여돼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다양한 논쟁과 관심거리에 대해 보도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런 역할을 하라고 공영방송을 둔 것인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호 기자

 

[신문]

신문사들이 ‘독도발언’ 보도 안하는 이유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보도했던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최근 ‘이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이라는 취지의 서면 답변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신문은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신문사 보도 책임자들은 이에 대해 “2008년 요미우리 신문이 주장했던 것에서 달라지거나 더 나아간 팩트가 없다”거나 “법원 판결이 나온 것도 아니고, 이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했다는 정상회담 당시의 기록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한겨레는 최근의 논란과 관련해 <야 “MB, 독도발언 사실이면 탄핵사유”>라는 제목의 뉴시스 기사를 온라인에 전재했지만, 지면에는 관련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겨레 김종철 정치부문 편집장은 “2008년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 이후 이 대통령 발언의 진위 논란을 이미 다뤘었다”며 “이번에 요미우리가 법원에 제출한 서면답변 내용은 당시 요미우리가 밝힌 주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고, 한겨레가 보도했던 것에서 더 나아간 팩트(사실)가 없어 상황 변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국민일보 3월10일자 2면.  
 

당시 한겨레는 요미우리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의 대응 태도를 비판하는 한편 “우리로서는 이(요미우리 보도)를 강력 부인하는 청와대 대변인 말을 믿고 싶지만, 그동안 이 대통령과 이 정부가 해 온 행태를 보면 일본 언론의 내부 분열 기도로 일축해 버리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대통령은 그 진위를 분명히 밝히고, 사실이라면 영토 보전 책임 방기로 엄중하게 문책받아야 한다”는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박노황 편집국장은 “정상회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된 것 같다”며 “요미우리 신문이 당시 한국정부에 사과를 했다고 하고, 이번에도 한일 양국이 모두 부인하는 상황에서 확실한 증거 없이 쓰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향신문 양권모 정치부장은 “요미우리 보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데 요미우리가 제출한 준비서면을 봐도 당시 보도가 사실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 부장은 “요미우리 준비서면에는 누구한테 들었는지 조차 없다”며 “청와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할 길이 없다. 요미우리 보도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일보와 서울신문은 “해당부서(국제부)에서 (보도를 내보내지 않기로)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익수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국제부에서 판단한 것이고, 우리 판단에 대해 설명할 필요를 못느낀다”고 밝혔고, 오병남 서울신문 편집국장도 “해당부서(국제부)에서 판단한 것이며, 데스크회의에서도 큰 이슈가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문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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