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과 의혹에 휩싸인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이하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및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운영자 선정 문제가 결국 법적 판단을 묻게 됐다.

공모에 참여했던 (사) 인디포럼 작가회의와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는 독립영화전용관 및 영상미디어센터에 대한 영진위 사업운영자 선정결과를 취소해달라며 10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주민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공정해야 하는 국가기관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로 공정함과 거리가 먼 불법·위법한 절차로 자신들의 정치적 색과 비슷한 단체를 지원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 (사) 인디포럼 작가회의와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는 독립영화전용관 및 영상미디어센터에 대한 영진위 사업운영자 선정결과를 취소해달라며 10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김수정 기자@  
 
이송희일 인디포럼작가회의 감독은 “공모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꾸준히 지적했음에도 영진위는 묵묵부답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공모에 응했던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다. 영진위가 정말 영화를 진흥하는 단체를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명준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이사는 “잘못된 행정부처의 결정이 많은 이들의 문제제기로 시정되길 바랐지만 바뀌지 않아 사법부의 판단을 요청하게 된 것”이라며 “법적인 과정을 통해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사법부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병각 한국영화아카데미 감독은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뿐 아니라 한국영화아카데미도 영진위 때문에 파행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지난해 12월 말 이후 원장 자리가 공석이며 신입생 입학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영진위는 '결정된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라며 “이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폐지하려는 절차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 박주민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가 10일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송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번 공모 절차는 온통 하자투성이요, 의혹의 눈덩이였으며 선정과정 자체가 빈약하기 짝이 없는 시나리오로 쓰여진 한편의 미스터리 영화”라며 △지정위탁에서 ‘1년 단위 공모제’로 바뀐 이유 △조희문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한 점 △조 위원장이 새로 선정된 단체의 설립발기인인 점 △1차 공모 당시 낮은 점수를 받았던 단체가 비슷한 사업계획서로 2차 공모서 1위로 선정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20년의 독립영화 역사, 그리고 퍼블릭 액세스 운동이 10년여 동안 성취해낸 그 소중한 성과가 이대로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소송이 영진위가 말 그대로 ‘영화를 진흥하는’ 기관 본연의 임무를 깨닫게 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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